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인 북한과의 의료·보건 분야 협력을 위해 남북 의료인 간 감염병 핫라인을 가동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향후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한반도 전역에 퍼지는 것을 예방하고 함께 대처하자는 취지다.
김영훈 고려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 개원 기념 심포지엄’ 기조 강연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김 교수는 “북한 주민의 평균 수명은 남한보다 약 13년 짧고, 5세 미만 유아 사망률은 8배 이상 높다”며 북녘의 현실부터 짚었다. 이어 "북한이 철저한 통제 정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방역전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주민 중에는 애초 영양 결핍이나 결핵 등에 시달리던 이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사망률이 전염병 유행의 여파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군사적 핫라인보다 더 중요한 게 감염병 핫라인”이라면서 “통일부 등 당국 대신 남북 의료인이 직접 나서 원격으로라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간 보건의료 협력 이슈를 다룬 이번 심포지엄은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 개원을 기념해 열렸다. 연구원은 그동안 정치·군사 분야에 집중됐던 북한·통일 관련 연구를 보건의료, 자연과학, 환경, 문화, 예술, 체육 등으로 넓히기 위한 시도다. 남북관계가 당장은 경색돼 있지만, 언제든 교류협력이 재개될 수 있고 통일 가능성도 열려 있는 만큼 여러 분야에서 대응책을 마련해두자는 취지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축사에서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해 정부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면서 "보건·의료 분야 등 북한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해 신뢰를 쌓는다면 통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명호 고려대 교우회장(한국일보 회장)은 “2045년이면 남북 분단 100년이 된다”면서 “다음 세대에 평화롭고 잘 사는 통일된 한반도를 물려주려면 평소 다양한 분야에서 통일 준비를 체계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