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입구컷' 당한 송영길 "주변 사람 말고 날 구속하라"

입력
2023.05.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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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 "귀국 뒤 일주일간 소환 없어" 자진 출두
檢 "조사대상자로 출입 등록 안 돼" 출입 거부
宋 "정치적 기획 수사" 검찰 수사 향해 맹비난
檢 "단서 확인됐는데 수사 안 하면 직무유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검찰에 자진 출두했으나 검찰의 출입 거부로 발걸음을 돌렸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준비도 안 된 채 나를 귀국하게 했다"며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나를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곧장 출입증 발급을 시도했다. 송 전 대표는 "반부패수사2부장과 면담하겠다"고 했으나, 검찰 관계자는 "출입을 위한 등록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 검찰청사는 조사 대상자로 등록돼야 출입이 가능하다.

10분 만에 청사 입구로 나온 송 전 대표는 A4 용지 5장 분량(공백 포함 4,197자) 입장문을 꺼내 읽어 내려갔다. 송 전 대표는 "일주일째 소환 요구가 없다"며 자진 출두 이유를 밝힌 뒤 "정치적 기획 수사"라는 단어를 25분간 6차례 사용하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가 수사 대상에 오른 데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먹사연은 기획재정부의 기부금 지정 단체이자 국가사단법인"이라며 캠프에 먹사연 후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먹사연 회계 담당자와 파리에서 만난 것을 두고 말 맞추기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선 "이번 사건이 나기도 전이었고, 프랑스 단체여행 중 저와 한 번 만났을 뿐"이라며 출입국기록 유출에 따른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송 전 대표의 자택과 먹사연의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수사에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특수부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사가 아니라 미리 그림을 그려놓고 하는 짜맞추기 수사로 유명하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을 담당해야 할 특수부가 야당 수사에 올인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공안1부가 맡았던 박희태 국회의장 전당대회 금품수수 사건처럼, 사건을 공안부로 이첩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다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법정에서 다투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에 송 전 대표가 직접 돈 봉투를 살포한 정황이 담긴 것에 대해선 "강 전 위원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도 기각됐고, 검찰 조사에서도 그런 얘기가 안 나온 것으로 안다"며 "3만 개가 넘는 녹취록 일부를 추출해 말하는 것의 신빙성은 검찰과 법원에서 다투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날 송 전 대표의 '기획 수사' 주장에 대해 "수사 단서가 확인됐는데 수사를 안 하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맞섰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구속까지 해달라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해 사과하는 건지는 전혀 밝히지 않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 입구는 송 전 대표 출두와 맞물려 취재진과 방호원, 지지자와 유튜버 수십 명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지지자들은 송 전 대표를 향해 "송영길 파이팅"을, 반대 측에선 "정치쇼 하지 마라"를 연신 외쳤다.

검찰은 강 전 위원과 이 전 부총장,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이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불법 자금을 살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송 전 대표도 단순 수혜자가 아닌 적극 가담한 공범이라고 보고 있다. 송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는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조사를 마친 뒤 수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입장문 전문
주위 사람 괴롭히지 말고 송영길을 구속시켜주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다시 한번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금품수수 논란에 대하여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지난달 22일 파리 기자회견과 24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것은 저의 책임이고 저를 소환해서 수사하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검찰수사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귀국하여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저를 소환하면 자연스럽게 검찰수사에 대해 말할 기회라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귀국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저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20대 막 결혼하여 갓난아이를 키우고 있는 신혼부부, 혼자서 어린 아들을 키우면서 힘겹게 일하고 있는 워킹맘, 검찰은 2, 30대 비서들을 압수수색·임의동행이란 명분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범죄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받아야겠지요. 증거에 기초한 수사를 해야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불러서 별건수사로 협박하고 윽박질러 진술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수사는 안 됩니다. 인생털이 먼지털이식 별건수사로 주변사람들을 괴롭히고 인격살인을 하는 잔인한 검찰수사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유출되어 전 언론에 공개되어 매일매일 언론이 추측성 기사를 난발하고 한사람의 인생을 짓밟고 먹칠을 하는 행태는 정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저 역시 일주일 동안 말할 수 없는 명예훼손과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왜 검찰 수사를 하면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겠습니까? 특히 특수부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사가 아니라 미리 그림을 그려놓고 그것에 짜맞추기 수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사건은 당연히 공안부에 배당되어 수사해야 할 사안입니다. 장관의 직접 하명수사를 하는 부서가 담당함으로써 정치적 기획수사가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까지 이 사건 피의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리와 형사소송법상 공판중심주의를 비롯한 모든 원칙을 위반하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살아있는 권력형 범죄수사를 방해하는 권력의 간섭을 막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야당이나 반대파를 탄압하기 위해 검찰이 언론과 유착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국민의 기본권은 풍전등화에 놓이게 됩니다. 증거가 안나오니까 저의 주변을 샅샅이 모두 파헤치는 인생털이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사건이 시작된 주범으로 강래구씨를 지목하고 수사를 했지만 사실을 밝혀내지 못해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저의 전 보좌관 박용수에 대해서는 소환을 했다가 아직까지 부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8일 이정근씨가 서울중앙지검 부패수사2부와 jtbc를 피의사실유포와 공무상기밀누설죄로 고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일한 수사의 근거였던 이정근씨의 신빙성 없는 녹취록은 증거능력도 부족하고 이후 재판과정에서 이정근씨의 진술번복으로 기소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다급해진 검찰은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갑자기 29일 아침 저의 집과 저의 측근들 그리고 먹고사는문제연구소 등 6군데를 압수수색 하였습니다. 참고인을 임의동행하여 갖은 협박과 회유를 하고 있습니다. 비가 올 때 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인디안 기우제처럼 뭔가 나올 때까지 수사한다는 마구잡이식 수사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연결될 것입니다. 참고인이나 주변인물의 신상정보가 아무런 통제 없이 언론에 유출되고 수사상 획득한 정보가 바로바로 언론에 실시간 보도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피의자라 할지라도 출국정보가 언론에 공개되면 안되는데 참고인·일반인의 출국정보가 언론에 바로 유출되는 것은 검찰이나 법무부의 협력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해당 언론에 대해 고발조치를 할 것입니다. (우리 형법 제126조에서는 피의사실 공표에 관해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정근씨가 구속된 상태에서 과연 이정근 본인과 변호인의 입회없이 녹취록이 추출되어 언론기관에 유출되었다고 하면 서울중앙지검특수2부와 jtbc는 공무상기밀누설과 피의사실공표죄의 공범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4월 12일 압수수색과 동시에 jtbc 녹취록 보도가 될 수 있는가요? 이정근씨의 변호인 정철승 변호사가 서초경찰서에 중앙지검 부패수사2부검사들과 jtbc 관계자들을 고발했습니다. 서초경찰서는 즉각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별건수사는 대한민국 법체계에서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초로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9,700만원 돈봉투의혹 사실에 집중하여 규명하되 실제 사실이 부풀려진 것으로 판단되면 중단해야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10년 이상 유지되어온 사단법인이자 기재부 지정기부단체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명백한 정치적 탄압행위입니다. 회계장부를 압수해갔으니 분석해보면 나오겠지만 저는 지금까지 먹사연 회원이자 고문으로써 회비와 후원금을 내왔지 한푼도 먹사연의 돈을 쓴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범죄혐의가 있으면 수사해야지요, 그런데 윤석열정권 출범 이후 1년 동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 1,3부는 이재명대표 수사에 올인하였습니다. 그런데 별효과도 없고 윤석열정권의 대미,대일 굴욕외교과 경제무능으로 민심이 계속 나빠지자 2부가 나서서 일부언론과 야합하여 송영길을 표적삼아 정치적 기획수사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범죄혐의사실이 제1야당의 현대표와 전대표 관련 사건 말고는 없는가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권력형 부정부패사건을 담당해야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야당수사에만 올인해서야 되겠습니까? 해도 해도 너무 하면 안됩니다. 물극필반, 과유불급입니다. 민심이반을 검찰 기획수사로 바꿀 수 없습니다. 저는 당대표도 그만두고 국회의원도 사표내고 다음 총선 불출마선언도 하고 교수가 되어서 파리에서 열심히 연구 강의를 하고 있는데 2년전 일을 소환하여 서울중앙지검 부패수사2부 7명 모든 검사가 총동원되어 정치적 기획수사를 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일이 아닌가요 과유불급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온 킹이라는 영화를 보면 무파사가 동생 스카의 억울한 음모로 죽고나서 아들 심바는 쫓겨나게 됩니다. 스카와 하이에나들이 지배하자 밀림은 생기를 잃고 회색빛으로 변했습니다. 윤석열정권하의 대한민국이 음울한 검찰공화국으로 변했습니다. 서욱 전 국방부장관, 서훈 국정원장, 노영민 비서실장등 문재인 정부관련 인사 700여명이 수사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독도를 자기땅이라 우기는 일본과 비굴하게 굴종하면서 제1야당 대표는 만나지도 않고 수사대상으로 구속시키려는 정치가 과연 제대로 된 정치인가요? 대한민국의 사상최대 무역적자에 경제,국방,외교 위기를 맡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의 무능한 외교로 한반도는 한미일과 북중러 3각동맹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여 3차대전과 핵전쟁의 발화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집권 1년내내 전정권과 야당기획수사만 하다 세월이 가고 있습니다. 국민통합은 물건너가고 극단적인 분열과 적대감만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정치적 기획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정근 개인비리 사건에서 별건수사에 송영길 주변에 대한 이중별건수사를 하는 탈법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맡았던 박희태 국회의장전당대회 금품수수사건처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로 사건을 이첩해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해줄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서민들의 살림살이 국가안보외교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을 짜증나게 질질끌어 총선용 정치수사라는 비난을 받지 말고 신속하게 사건을 마무리해줄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로 인하여 심리적 정신적 피해를 받고 있는 저를 도와준분들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번 살다 죽는 목슴입니다. 권불5년입니다. 인생은 새옹지마입니다. 비겁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저의 주변사람들에 대한 비겁한 협박·별건수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입니다. 주변사람 대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