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란트 위버 알레스~"

입력
2023.05.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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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독일 국가- 2


신성로마제국 말년인 1792년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의 만수무강을 빌며 요제프 하이든이 만든 곡에 1841년 독일 민족주의 시인 아우구스트 하인리히 호프만 폰 팔러스레벤이 쓴 시를 가사로 삼은 노래가 오늘의 독일 국가(Deutschlandlied)다.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 수립된 바이마르공화국이 1922년 공식 국가로 채택한 뒤 제2차 세계대전 나치에 의해 널리 불렸던 그 노래 1절은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독일(Deutschland über alles in der Welt)”이란 노랫말로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팔러스레벤이 저 시를 쓴 것은 비스마르크 이전 즉 독일이 39개 제후국으로 분열돼 있던 때였다. 그는 독일 통일과 공화정을, 황제가 아닌 국가를 향한 충심을 고취하기 위해 저 시를 지었다.

나치는 화합과 인권, 자유를 상징하는 삼색기 대신 ‘하켄크로이츠’ 나치 깃발을 공식 국기로 채택하면서도 ‘독일의 노래’는 더 널리 불리게 했다. ‘무엇보다 소중한’을 나치는 ‘세상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의 의미로 해석했다. ‘방어와 저항(Schutz und Trutze)’이란 구절도 ‘방어와 공격’으로, '마스(Maas)에서(…) 벨트(Belt)까지'의 너른 영토를 상정하는 구절도 ‘대독일주의’의 정복 의지로 오독했다. 2절 가사는 독일의 여성과 술(와인)과 노래를 찬미하는, 남성 중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전후 서독과 1990년 통일 독일은 나치 흔적을 씻어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자 공식 국가에서 1, 2절을 배제했다. 3절의 가사는 통일과 정의, 자유의 조국 독일을 노래한다.

전범국 일본은 패전 후에도 전통적인 국가인 ‘기미가요(君が代)’를 유지했고 1990년 법으로 공식화했다. 전래의 단가 가사에 독일 작곡가 프란츠 에케르트가 곡을 붙인 기미가요의 노랫말은 제목처럼 일왕의 치세가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