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토탈에너지스는 3월부터 직원끼리 '프로님'이라 부르기로 했다. 입사 연수에 따라 사원-전임-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나뉘었던 호칭을 단순화하는 대신 4단계의 커리어 레벨(Career Level)을 새로 만들어 업무 효율성을 높여보자는 시도다. 회사 관계자는 "장치 산업의 특성상 조직 문화가 다소 보수적이었는데 호칭 통합이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면 한다"며 "근속 연수나 직급이 아닌 업무 역량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는 분위기가 뿌리 내려 직원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과 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들 사이에 사내 직급을 통합하고 호칭을 바꾸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딱딱하고 보수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두산그룹은 3월 기존 다섯 단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였던 직위를 두 단계(선임·수석)로 바꾸는 새로운 직급·직위 체계를 도입했다. 복잡한 이름과 직급 체계를 단순화해서 수평적 조직 문화를 꾀하고 구성원 사이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국내 최대 공작기계 업체인 DN솔루션즈는 직급 체계를 기존 여섯 개에서 네 개로 줄인 뒤 호칭을 '님', '매니저', '책임매니저'로 바꿨다.
KCC는 올해부터 사원·대리급은 '프로', 과장·차장·부장급은 '책임'으로 호칭을 통일했다. 회사 측은 새 인사제도에 대해 △젊고 △에너지 넘치고 △강한 조직 체계를 통해 성과 지향적 근무 문화를 뿌리 내리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승진도 일정 기간 일하면 자격을 얻었던 기존 방식 대신 업무 성과를 포함한 각종 포인트를 따야 도전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세우고 수시평가 등 제도를 개선해 차별화한 보상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모든 직원과 성과 기준을 공유하고 보상을 객관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DX(구 포스코ICT)도 지난해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을 '프로'로 통일하면서 "관리자가 되지 않아도 직무 중심으로 호칭을 바꿔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새 호칭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나뉘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의 한 부장급 직원은 "아직 프로라는 호칭이 입에 붙지 않지만 젊은세대들이 선호한다고 하니 익숙해 지려고 노력 중"이라며 "당장은 어색해도 사내에 새로운 의사 소통 문화를 정착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매니저'로 직급을 통일했다가 2017년 다시 원상 복구한 기업의 대리급 사원은 "거래처 등 외부 업체랑 미팅을 할 때 단순히 매니저라는 호칭이 어느 정도 직급인지 알 수 없어 불편해했다"며 "사내에서도 직급을 줄이기 전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라고 했다.
인사 전문가들은 호칭과 직급을 단순화하는 것만으로는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허광회 사람과경영 대표는 "호칭과 직급 파괴는 조직 분위기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순 있지만 직급만 바꿔서는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 평가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며 "입사 연차에 따른 직급을 직무 중심 체계로 개편해 본인이 담당한 업무에 맞는 평가와 보상이 함께 이뤄져야 조직 문화도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