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짜이!"(감사합니다)
라오스 오지 우돔싸이에 사는 야 씨옹(37ㆍ여) 씨는 언제부턴가 목에 크고 딱딱한 혹이 만져졌다. 시체를 매장하는 산에서 화전농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그는 병원에 갈 꿈조차 꾸지 못했다.
역시 라오스인인 싸이싸왓 웨(19ㆍ여)양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집안에서만 지냈다.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 뚫려 있던 구멍이 나이를 먹을수록 커지면서 호흡곤란이 심해졌지만 수술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들은 의료봉사에 나선 한국 의료진과 우연히 만나 한국에서 새 삶을 얻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 말 라오스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중 만난 갑상선암 환자 야 씨옹 씨와 선천성 심장병 환자 싸이싸왓 웨 씨가 한국에서 무사히 치료를 받고 지난 24일 라오스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의사ㆍ간호사ㆍ약사ㆍ관리직 등 62명으로 구성된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은 지난 2월 18~25일 라오스 우돔싸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2020년 1월 캄보디아 방문을 끝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3년여 만에 재개됐다.
야 씨옹 씨는 멀리 한국에서 온 의료진이 무료 진료를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 길로 의료진이 있는 시내 도립병원으로 달려갔다. 봉사단이 라오스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고려해 한국에서 초음파 기계를 준비해간 덕분에 검사가 즉시 이뤄졌고 야 씨옹 씨의 목 쪽에서 종양을 확인했다.
강우석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암 수술은커녕 조직검사조차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운 현지 상황을 고려해 야 씨옹 씨를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일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한 야 씨옹 씨에게 정밀 검사를 시행한 결과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돼 신경까지 침범할 위험이 높아 보였다. 지체했다면 암이 식도를 침범해 목소리가 변형되고 식사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흘 뒤인 11일 이윤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집도로 갑상선암 제거 수술이 이뤄졌다. 야 씨옹 씨 퇴원하면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만난 것은 기적”이라며 “잘 치료해준 의료진에게 감사를 드린다. 라오스에 있는 6명의 자녀들에게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얼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심실중격결손증을 앓았던 싸이싸왓 웨 씨는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지난 14일 전보배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로부터 결손 부위를 막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시기를 한참 넘긴 터라 심장 크기는 정상보다 훨씬 비대했다.
싸잇싸왓 웨 씨의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 윤태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도 직접 강릉아산병원으로 내려가 수술을 도왔다. 싸이싸왓 웨 씨는 순조롭게 회복해 야 씨옹 씨와 함께 라오스 가족에게 돌아갔다.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은 한국에서 성공적인 치료를 마치고 돌아간 두 환자 외에도 라오스 현지에서 1,98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소화기내과ㆍ호흡기내과ㆍ이비인후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질환을 진료했고 외과 수술 18건, 백내장 수술 20건, 안과 시술 27건이 이뤄졌다. 이 밖에 내시경 14건, 초음파 241건, 심전도 50건 등도 진행했다. 라오스 환자들의 치료비와 항공료 등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액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