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는 동맹 한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보복하겠다는 약속이다. 핵으로 보복하는 '핵우산'을 미국이 1978년 한국에 제공하기로 문서화했으니 45년이나 된 동맹의 오랜 징표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불안하다.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며 '핵 선제공격'을 서슴없이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확장억제가 못 미더워 우리도 핵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여론은 70%를 넘어섰다.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수준을 얼마나 높여 불안감을 달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미국은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아예 핵을 가져다 놓았다. 이른바 '핵 공유'다. 하지만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남한에는 불가능하다. 그랬다간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며 핵개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확장억제는 '원칙'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확장억제의 '구체적' 방안을 명문화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좀 더 확실하게 미국이 한국을 도우라는 의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0일 "나토처럼 한국 땅에 핵무기를 가져다 놓진 않겠지만, 협의와 협력의 폭은 훨씬 깊고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시콜콜하게 핵무기 운용방식을 규정할 경우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이 저하된다. 미국으로서는 탐탁지 않다. 양측의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2월 포럼에서 "한국인 사이에 일종의 불안감이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정부와 국민이 보다 많이 안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여러 인터뷰에서 "미국 핵 자산의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이라는 운용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미 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핵 전력을 투입하는 데 미국의 선의가 아니라 한국의 요구가 반영되는 방식이다. 이번 정상회담 성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24일 "통상 공동 기획은 평시나 위기 시에 한미가 취할 핵 사용 옵션에 대해 같이 준비하는 개념이고, 실행은 나토를 예로 들면 미국의 전술핵을 유럽의 항공기에 실어 나르는 등 실행 자체를 동맹국끼리 같이 하는 형태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북한의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핵으로 보복 대응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너무 단순하고 거친 방식이어서 결과적으로 한반도 안보에 해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확장억제는 핵뿐만 아니라 모든 가용 가능한 수단을 활용해 한국을 방어하는 개념인데, 핵만 사용한다는 건 오히려 확장억제의 범위를 좁히는 행위가 된다"고 평가했다. 김 부소장도 "확장억제 개념 속에는 핵뿐만 아니라 재래식 보복도 있다"며 "막강한 재래식으로도 북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어떤 것이 유리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