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는 디딜방아 같은 지렛대 원리로 나무에 구멍을 뚫는다. 두 갈래로 나뉜 방아다리를 밟았다가 놓으면 받침대 반대편 공이가 들렸다 떨어지는 원리. 공이의 뭉툭한 끝에 모인 중력이 확에 담긴 곡식을 찧듯이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내 먹잇감을 찾고 둥지를 짓는다.
문제는 딱따구리가 뇌와 골격을 지닌 생명체라는 사실. 초당 최다 20번에 이르는 부리질이 뇌에 가하는 충격은 중력의 약 1,000배로, 중력장을 돌파할 때 우주인이 감당하는 힘의 250배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이라면 한 번만으로도 뇌진탕으로 목숨을 잃게 될 그 충격을 딱따구리는 하루에도 수천 번씩 먹고살기 위해 감수하는 셈이다.
딱따구리 뇌 해부학적 구조가 충격 흡수·분산에 최적화돼 있다는 사실 등이 근년 잇달아 밝혀졌다. 아래위 부리와 뼈 구조가 미세하게 어긋나 뇌로 전달되는 충격을 분산하고, 두개골 뒤쪽 두툼한 해면체가 충격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는 것. 최소한의 구멍으로 나무속 애벌레를 사냥할 수 있게 혀도 길게 진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딱따구리의 비밀의 전모는 아닐 것이다. 예컨대 딱따구리가 애먼 전봇대나 집 외벽을 쪼아 대는 까닭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자동소총 같은 그 소음에 새벽잠을, 그것도 여러 차례 깨어난 적 있는 이라면 딱따구리의 저 진귀한 습성이 사랑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국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월터 랜츠(Walter Lantz, 1899.4.27~1994.3.22)가 캘리포니아의 한 신혼여행지 오두막에서 딱따구리의 ‘횡포’를 겪은 뒤 1940년 11월 저 유명한 애니메이션 연작 ‘우디 우드페커(Woddy Woodpecker)’를 기획, 제작했다는 설이 있다. 1927년 만들어진 주제가 가사는 “다들 나를 미쳤다고 생각해. 맞아, 그게 나야. (…) 뭐 어때? 내가 어쩌겠어? (하지만) 너희도 마찬가지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