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채 요금 자동 결제가 이뤄지는 구독 서비스, 가입할 때와 달리 지나치게 까다로운 해지·탈퇴 절차 등 소비자 피해를 낳는 온라인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에 대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다크패턴을 많이 쓰는 사업자를 공개하고, 현행법상 처벌이 어려운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도 추진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당정협의를 거쳐 '온라인 다크패턴 관련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방향'을 확정했다. 다크패턴은 소비자의 착각, 실수, 비합리적 지출 등을 유도해 이익을 챙기는 상술이다. 국내 전자상거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중 97%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됐다는 조사(한국소비자원, 2021년)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간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다크패턴으로 예상하지 못한 지출, 상품 구매와 무관한 멤버십 가입, 원치 않는 서비스 이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대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공정위는 주요 선진국 규제 동향, 소비자 1,000명에 대한 피해 경험 및 인식 조사를 토대로 13개 다크패턴 유형을 문제 삼았다. 우선 '숨은 갱신'은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가장 큰 유형으로 꼽힌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가 한 달 무료 체험을 제공한 후 소비자에게 고지 없이 유료로 전환하거나 구독료를 높여 원하지 않는 결제를 유발하는 방식이다.
또 △상품 검색 결과 첫 화면에선 일부러 낮은 가격을 표시하고 실제 결제 땐 세금, 부대 비용을 포함해 더 높은 가격을 보여주는 '순차 공개 가격 책정' △구매 취소·서비스 해지·탈퇴 등의 절차를 복잡하게 하거나 방법을 제한하는 '탈퇴·취소 방해' △소비자가 이미 선택한 결정을 변경할 것을 짧은 시간 내 계속 요구해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반복 간섭' 등도 대표적인 다크패턴 유형이다.
공정위는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13개 유형 중 할인 정보를 거짓으로 표시해 결국 높은 가격에 상품을 파는 '거짓 할인', 광고를 마치 사용 후기 등 다른 콘텐츠로 눈속임해 제공하는 '위장 광고' 등 7개 유형은 현행 전자상거래법으로도 규율할 수 있다. 누가 봐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불법성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관련법 미비로 처벌할 근거가 약한 숨은 갱신, 취소·탈퇴 방해 등 6개 유형에 대해선 전자상거래법 개정으로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부 다크패턴 유형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명백한 기만행위부터 일상적인 마케팅 활동까지 범위가 넓은 다크패턴 자체를 전면 금지하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공정위는 또 법 개정까지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상반기 안에 '온라인 다크패턴 피해 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크패턴을 가장 많이 쓰는 사업자도 공개하기로 했다. 법 개정까지 발생할 수 있는 다크패턴 규율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