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한국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시사해 러시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 국방부가 “한국의 기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이틀 연속 한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존 셔플 미 국방부 대변인은 20일(한국시간·미국 기준 19일) 윤 대통령의 무기 지원 가능성 발언과 관련한 질의가 나오자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환영한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국제법, 규칙,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평화 및 안정 유지에 대한 약속을 포함한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단단한 동맹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인도적·재정 지원만 고수하기는 어렵다”며 전쟁에서 러시아에 의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학살 등이 발생하면 군사적 지원 제공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던 종전과 달리, ‘조건부 지원’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한국이 무기를 직접 제공하지 않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느라 재고가 부족해진 나토 회원국을 돕는 ‘우회 지원’이 가능하다는 미국 전문가 주장도 나왔다. 빅터 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날 "한국의 대러시아 글로벌 제재 체제 참여와 미국 및 폴란드에 대한 군수품 판매 등으로 러시아는 이미 한국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전국으로 간주한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는 게 기존 정책과 충돌한다면, 탄약 등 나토 회원국의 무기 재고를 채워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재차 경고에 나섰다. 윤 대통령 발언 보도에 대통령실이 “전쟁 개입”이라고 성명을 낸 데 이어, 러시아 외무부 역시 이날 "우크라이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시아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지원은 물론, 나토 회원국을 통한 우회 지원 방식도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는 뜻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그러면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에도 이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정책에 대한 연관성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 개발 지원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對)한국 압박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