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이상 내전으로 신음 중인 중동의 최빈국 예멘에서 현금과 구호품을 나눠 주는 자선행사에 군중이 대거 몰려들어 80명 안팎이 압사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예멘 사바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예멘 정부군과 싸우는 후티 반군 보건부는 전날 "수도 사나의 한 구호소에서 열린 자선행사 도중 구호품 등을 받기 위해 군중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보건부는 사망자가 7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139명이며, 이 중 13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익명의 반군 관리를 인용해 최소 85명이 숨졌으며, 33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사상자 규모는 발표 주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는 80명 안팎인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 내무부는 "사망자 시신과 부상자들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구호품 분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번 자선행사는 며칠 앞으로 다가온 이슬람 명절 '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드 알피트르는 한 달간 이어지는 이슬람의 금식성월 라마단의 종료와 함께 시작되는 명절이다.
압사 사고 발생 원인 및 경위에 대해선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AP통신은 "구호소에서 구호품과 현금을 나눠주는 특별 이벤트가 열리자 수많은 군중이 몰려 참사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시장 상인들이 명절을 맞아 시민 한 명당 제공한 현금은 5,000리알(약 1만 원)이었다.
반면 다수의 현지인은 "후티 반군 소속 군인들이 하늘을 향해 총을 쐈는데, 총탄이 고압선에 맞아 폭발이 일어났다. 이에 놀란 군중이 한꺼번에 달아나면서 압사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무함마드 알후티 반군 최고 정치국 위원은 사바통신에 "이번 비극은 기본적으로 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행사 주최자들과 군중의 폭력성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했다.
2014년 말 후티 반군이 사나를 장악하면서 본격화한 예멘 내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듬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등이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겠다며 개입했고, 이란도 후티 반군 지원으로 맞서면서 '미국 대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