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에스더, 극심한 우울증에 '안락사' 검색..."전기경련치료 받았다"

입력
2023.04.18 17:31
우울증과 싸우고 있는 여에스더의 고백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사업가 여에스더가 극심한 우울증으로 안락사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은 사연을 전해 네티즌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여에스더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 남편 홍혜걸과 함께 등장해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해 알렸다. 앞서 그는 항우울제를 복용한 사실을 알리며 전기경련치료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홍혜걸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경련치료 받았다는 고백이 기사로 나가면서 많은 분들이 걱정해서 근황도 말씀드리고 직접 경험한 치료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여에스더는 "전기경련치료를 너무 잘한 것 같다. 일간지에 나온 기사에서 조현병에 효과적인 치료를 받았다고 나왔다. 물론 조현병에도 하지만 우울증이나 조울증에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료 전 우울증이 심할 때는 혜걸씨(남편)가 꼴 보기 싫었다. 음식을 과식하는 것도 보기 싫고 화장실에서 물 떨어트리면서 돌아다니는 것도 보기 싫고 그냥 다 보기 싫었다"며 "치료하고 석 달이 되어가는데, 갑자기 혜걸씨가 너무 예뻐 보인다. 결혼하고 나서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홍혜걸은 "수년 동안 우울증이 지속돼 방에서 꼼짝 안 하고 안 먹고 체중도 빠지고 일반적인 약물치료도 도움이 안 됐다"고 아내의 과거 상태에 대해 전했다. 여에스더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내가 의사인데도 불구하고 우울증을 자각하지 못해 오랫동안 방치했다. 20대부터 스스로 우울증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면 상쾌함을 느낀다고 하는데, 난 한 번도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없었다. 원래 약골인가 보다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는 정상인보다 근육량이 적어서 먹어도 에너지를 낼 수 없는, 일종의 만성피로 환자라고 생각했다. 또 자라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이런 오래된 만성 스트레스가 부신을 고갈시키고 체력에 부치는 의사 생활을 하다 보니까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안에 우울증이 섞여 있었던 거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6~7년 전에 마음 아픈 일이 있고 굉장히 심해졌다면서 정신과 의사들을 많이 찾아갔다고 고백했다. 여에스더는 "약도 많이 바꿔보고 그랬는데 작년에 안 좋은 생각 들면서 전기경련치료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약을 아무리 조정해도 안되고 아이들은 결혼도 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도 많고 직원들도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전기경련치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홍혜걸은 "(사람들이 아내에게) '행복할 요인을 다 갖고 있는데 왜 우울하냐. 팔자가 편해서 그렇다' 하는데 나는 늘 이런 모습만 봤다. 하루 종일 방안에만 있고 안 나온다. 다만 (치료 후엔) 표정이 밝아졌고 먹는 것도 들어가고 체중이 늘고 잠도 좀 잘 자고 이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발전이다"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집사람이 난치성 우울증에 유전적인 소인도 강했던 거 같고 방송에서는 까불거리고 발랄하지 않나. 왜 카메라 앞에선 안 그런 건지 해명을 해봐라"라고 말했다. 여에스더는 "내가 출연 결정하고 나면 그 방송이 시청률도 잘 나오고 스태프들이 행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이 재밌어할 수 있게 내가 망가지더라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요즘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중에 '더 글로리'가 있다. 거기서 송혜교 도와주는 탐정 역할 아주머니가 그러지 않나. 폭력 남편과 사는데 '난 맞아도 명랑한 년'이라고. 나도 우울증이 있어도 명랑한 니은(ㄴ)이다. 양쪽 다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난 행복을 느끼는 호르몬이 부족한 거다. 혜걸씨는 행복을 높이는 호르몬이 엄청 넘쳐나는 거 같다. 나는 사실 영양이나 기능의학 사업을 하게 된 것도 내 몸에 대한 고민, 친정 가족 건강의 고민부터 시작된 거다"라며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는데 쇼핑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맛집을 내가 선택해서 돌아다닌 적이 없다. 세계 곳곳에 여행 가고 싶은 데가 없다. 출장으로만 다녔다"고 고백하며 우울증 환자의 삶에 대해 짚었다.

여에스더는 또 "주어진 목표가 없으면, 내게 주어진 의무나 이런 것들이 끝나면 아무런 의욕이 없다. 그걸 정말 이해를 못 한다. 그땐 사실 어떤 생각이 드느냐 하면 내가 검색을 많이 한다. 해외 안락사 전문 병원을 찾아본다"며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동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전기 경련 치료까지 받은 것"이라고 털어놔 눈길을 모았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선뜻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아픈 누군가를 위해 치료 경험을 공유해 주시는 모습 너무 멋있어요" "두 분께서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시려고 하는 게 너무 느껴지네요. 솔직한 이야기 듣고 나서 더욱 더 좋아하게 됐어요" "용기 내서 치료 후기와 우울증 투병 스토리를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분명 부담이 크실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기 내어 주시니 많은 우울증 환자들, 또 이해를 잘 못하는 일반 사람들에게 큰 도움과 깨우침을 주시는 거 같아요" 등의 댓글을 달며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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