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컵만 400만개 버려져...야구장 일회용기 퇴출한다

입력
2023.04.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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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KBO, 1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 협약
일회용컵 대신 8년 만에 캔 반입 허용

지난해 가을 서울 잠실야구장을 방문한 관중들은 민트색 식판을 무릎에 놓고 경기를 관람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8~10월 약 두 달간 야구장 다회용컵∙다회용기 이용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배포한 전용 식기다. 시범사업에는 잠실야구장 매장 중 24곳이 참여했고, 컵과 식판 등 6종류의 다회용기 약 19만 개가 투입됐다. 시범사업 기간 중에는 총 35회의 경기가 열렸는데, 다회용기 사용으로 약 40만 개 이상의 일회용품을 저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잠실뿐 아니라 다른 야구장에서도 이 같은 '제로웨이스트 경기'를 볼 수 있게 된다. 환경부는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프로야구 10개 구단과 함께 '1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스포츠시설에서는 많은 양의 쓰레기가 나온다. 수만 명의 관중이 모여 오랜 시간 체류하며 먹고 마시는 야구는 더욱 폐기물 배출량이 많다. 환경부의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2016~2017년)에 따르면 전국 스포츠시설에서 발생한 폐기물 6,176톤 중 35.7%(2,203톤)가 야구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야구장 8곳을 조사한 수치인 만큼 10곳 모두를 합치면 더 많은 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인당 하루 평균 폐기물 발생량도 0.84㎏이었다.

각 구단들은 일회용컵 사용부터 줄여 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각 경기장에서는 관객이 캔 음료를 구매할 경우 일회용컵에 담아 제공했었다. KBO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정규 시즌에 열린 720회의 경기에서 약 400만 개의 일회용컵이 버려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일회용컵 제공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야구장의 캔 반입이 8년만에 허용된다. KBO는 2015년 선수와 관중의 안전을 위해 딱딱한 재질로 만들어진 음료 용기의 반입을 금지했었다.

경기장 내 매장의 다회용기 사용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야구장은 다회용기 사용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입구와 출구가 정해져 있어 다회용기 반납처 설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잠실야구장의 시범사업에서는 반환 보증금을 따로 받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장 구조상 관리가 용이한 데다 관객이 많이 몰리는 상황에서 보증금을 계산하는 게 오히려 불편할 수 있어 무료로 운영했다"고 말했다.

응원용품도 바뀐다. 기존에는 비닐 막대풍선 등 플라스틱 일회용 도구가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 각 구단들은 공식 응원도구를 다회용품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생활 속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며 "야구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프로야구 팬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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