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우후죽순 들어선 농막 별장, 알고 보니 불법이었다

입력
2023.04.18 14:00
감사원, 농막 등 관리 실태 감사 결과 
20개 지자체 농막 3만여개 중 절반이 불법 
제주 농막은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악용
알고도 조치 안 한 공무원 7명 징계 요청

최근 저렴한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아 온 교외 지역의 농막(농사용 창고)들이 상당수 불법 시설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농기계 등을 넣어둬야 하는 공간을 무단으로 개조해 별장처럼 이용해온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은 불법 농막이 판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바쁘다"는 이유 등으로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농막 등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농막은 농작업에 필요한 농자재나 농기계, 수확한 농산물 등을 보관할 목적 등으로 쓰는 가설 시설물이다. 농민이 작업 중에 이곳에서 잠시 쉴 수는 있지만 주거용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 연면적은 20㎡를 넘길 수 없으며, 주로 컨테이너 등을 활용한다.

하지만 감사원이 강원 홍천군 등 20개 지자체의 농막 3만3,140개를 전수조사해보니 절반이 넘는 1만7,149개가 불법 증축·전용해 활용되고 있었다. 특히 1만1,525개는 주거 등 애초 용도와 달리 사용됐다.

불법 전용·증축해 '미니 별장'으로 활용

농막을 '미니 별장'으로 활용한 소유주들은 잔디를 심고 자갈을 깔거나 정자와 파고라, 바비큐 시설까지 설치했다. 농막 별장은 농지에 설치할 수 있어 일반 별장을 지을 때보다 큰돈이 들지 않는다. 또, 보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기에 세금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2014년 9,175건이었던 농막 설치신고 건수는 2021년 4만6,057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농막을 별장 등으로 활용하는 건 불법이다.

경기 양평·강원 춘천·인천 강화 등 지자체의 일부 공무원들은 불법을 인지하고도 시정명령 등 합당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또, 제주에서는 농막에 가상화폐 채굴기 60여 대를 넣고 채굴장으로 사용했지만 단속하지 않았다.

특히 경남 양산시는 김일권 전 양산시장이 소유한 2개 이상의 농막이 축조 신고 이전에 설치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행강제금 부과 등 조치 없이 축조 신고를 수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인허가나 민원 등 업무가 많아 바쁘다'는 이유로 단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춘천시와 양평군 등에 불법 사항을 확인하고도 조치하지 않은 관련자 7명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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