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미국이 전쟁 조장" 발언에 백악관 '발끈'

입력
2023.04.18 08:50
커비 조정관 “중국 선전 앵무새처럼 따라해" 비판
우크라전 중립 강조 브라질, 최근 중·러에 밀착 행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이 전쟁을 장려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미국 백악관이 강력히 반발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취재진에게 "브라질은 사실을 보지 않고 러시아와 중국의 선전을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룰라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지난 15일 귀국길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조장을 중단하고 평화 대화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커비 조정관은 룰라 대통령의 발언이 "심각한 문제"라며 "미국은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는 어떤 나라에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군대를 철수하면 그것(종전)은 오늘 당장 일어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브라질은 서방 국가들과 함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 않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공급 요청도 거부하고 있다. 초기만 해도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며 서방과 러시아 간 평화 회담을 주도하려 했으나,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 가깝게 다가가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룰라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치자마자, 브라질은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방문을 받고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브라질을 방문한 뒤 연설을 통해 "브라질과 러시아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관련해 유사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을 위해 여러 국가로 구성된 중재단을 구성하겠다"며 화답했다.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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