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총인구가 2037년 정점에 도달하고, 합계 출산율은 2049년까지 2.0명을 유지한다는 예측이 앞당겨진다. 정부가 13년 만에 북한 인구를 새로 추계하면서다. 한국처럼 인구, 출산율이 내려가는 북한의 모습은 통일을 맞아도 인구 축소 문제가 여전할 것임을 시사한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은 아태인구연구원에 용역 연구를 맡긴 '북한 인구 추계 모형개발 및 분석 연구 사업' 결과를 올해 초 제출받았다. 2070년까지 △합계출산율 △연령·남녀별 인구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인구) 등 북한의 각종 인구 지표를 예상하는 게 골자다.
북한 인구 추계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통계청은 북한이 2008년 유엔인구기금(UNFPA)과 통일부 지원으로 실시한 2회 인구일제조사를 토대로 2010년 '북한 인구 추계 1993~2055년'을 작성했다. 이후 인구일제조사 중단으로 북한 인구 추계도 멈췄다. 우리 정부와 국제 사회가 핵실험을 한 북한에 지원을 끊은 영향이다.
통계청은 장기간 단절된 북한 인구 추계를 복원하기 위해 북한이 2014년 자체 실시한 '사회경제인구 및 건강조사'를 활용했다. 연구 용역을 수행한 아태인구연구원 측은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정책 수립, 비용 산정 등을 위해 남한은 물론 북한의 인구 전망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 인구 추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통계청은 아태인구연구원이 작성한 북한 인구 추계를 전문가 검증을 거쳐 하반기 공표할 계획이다. 총인구, 출산율 등 북한의 주요 인구 지표는 직전 추계인 2010년보다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총인구가 가장 많은 연도는 2010년 추계에서 예상한 2037년(2,653만6,000명)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인구 정점이 앞당겨진다는 건 그만큼 일할 나이인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2049년까지 50년 넘게 2.0명을 유지한다는 출산율 하락 시점도 대폭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작된 북한의 인구 위축은 2000년대 들어 국제 제재,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제·사회난으로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6월 "아들·딸을 많이 낳아 키우는 것은 나라의 흥망과 관련된 중대사"라며 출산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인구 추계는 한국보다 강도가 약하긴 하나 유사한 흐름이다. 한국 총인구는 2020년 이미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통일 한국을 가정하더라도 남북한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아직 2명대에 가깝다고 전해진 북한 출산율은 0.78명(2022년)으로 세계 최하위인 한국보단 높으나, 인구 유지를 위한 최저선인 2.1명보단 낮다.
통계청은 새 북한 인구 추계가 2021년 북한 출산율을 1.9명이라고 자체 분석한 유엔인구국(UNPD) 등 국제사회의 추계보다 정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도상국에 적용하는 모델을 활용한 UN인구국 추계와 달리 통계청은 북한만의 특성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북한 인구 추계는 2010년대 이후 일어난 자연재해 등 북한의 사회·경제 변화를 담고 있다"며 "통일 한국이 저출산, 인구 감소를 벗어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초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