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기지를 깜짝 방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13일 중국 외교 소식통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인 광둥성 시찰 중 광저우시 첨단기술산업 개발구의 LG디스플레이 생산 기지를 찾았다. 현장에서 그는 "한중은 매우 가까운 이웃이며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며 "모든 산업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중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광둥성을 찾았다.
2006년 LG디스플레이와 광저우개발구가 7대 3의 비율로 합작 투자한 'LG디스플레이 하이테크 차이나'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곳에서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을 만들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8.5세대 OLED 패널을 생산 중이다.
특히 시 주석은 지난달 양회(兩會)를 거쳐 집권 3기에 들어간 뒤 처음으로 외자기업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한 소식통은 "시 주석은 저장성 당서기 시절이었던 2005년 7월 고 구본무 전 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LG그룹과 스킨십이 있다"며 "또 삼성전자는 2019년 10월 리커창 당시 국무원 총리가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은 적이 있는 것도 고려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특히 이번 방문은 외교 문서 유출 건 등으로 한미 관계가 어수선한 틈에 이뤄지면서 한국 정부에 손짓을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5% 안팎이란 목표를 세우고 내수 활성화와 외자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소식통은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간 것과 비슷한 행보여서 눈길이 간다"며 "시 주석이 외자 유치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한국이 미국에 너무 쏠리는 것을 경계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시 주석의 방문에 적잖이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최고 권력자가 직접 찾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85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2조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가 이처럼 적자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중국산 저가 LCD 제품이 난립하면서 LCD 사업에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특히 중국의 디스플레이 1위 회사 BOE는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투자를 공격적으로 단행하면서 LCD 1위 자리를 올라섰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LCD 생산량을 줄이고 OLED 비중을 늘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광저우 공장도 연내 LCD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당분간 중국에서 추가 투자 계획도 없다.
다만 업계에선 시 주석 방문 이후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사업에 뜻밖의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현재 이 회사 주요 고객 목록에 중국 업체는 없는데 혹시 TV, 모바일, 자동차 부품 등 분야에서 현지 업체와 협력 관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전일 대비 5.12% 오른 1만6,83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