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도·감청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 방식을 두고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닌 한국 정부의 철저한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정보가 위조됐다거나 대통령실의 정보 보안은 확실하다는 막연한 설명만으로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감청 의혹에 대해 이날 대통령실이 밝힌 입장을 비판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군사시설로, 과거 청와대보다 훨씬 강화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을 구축, 운용 중이다" 등 해명을 했다.
특히 대통령실이 한미 국방장관 사이 통화를 내세우며 감청 의혹 자체를 거짓이라고 못 박는 것에 대해 안 의원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리 국민의 걱정을 풀어드리는 것은 미국 정부가 아니라 우리 정부의 몫"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미 정부의 설명만 들을 게 아니라, 실제로 미국의 도청은 없었는지, 용산 대통령실의 정보 보안은 어떤 수준으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자체적으로 명백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미동맹을 위해서도 의혹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안 의원 생각이다. 그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때 독일 메르켈 총리실의 도청 문제로 독일이 강력하게 항의했던 사건을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미국과 독일의 동맹 자체가 훼손되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동맹국 간에도 첩보 활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국가 정보의 핵심부에 대한 도청이 만약 있었다면 양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한미동맹의 근본인 상호 신뢰를 위해서도, 우리 정부는 철저하게 조사해 문제가 발견되면 확실히 제기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방국 미국에 대해 우리의 당당한 태도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3.8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대표에 도전했던 안 의원은 낙선 후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다.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 현안 관련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전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