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한 중국 '화전양면' 전술..."대만 요인 타격" 협박하며 "관계 개선"도 회유

입력
2023.04.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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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으로 대만해협의 긴장감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 특정 지역과 인물을 겨냥한 정밀 타격 훈련을 벌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중국은 대만과 교류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유화 제스처도 보냈다. 대만의 '반중국' 세력에는 채찍을, '친중파'에는 당근을 흔드는 '화전양면' 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10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캘리포니아 회동에 대한 보복성 훈련을 사흘째 이어갔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사령부는 8~10일까지 대만 주변을 둘러싸고 진격하는 형태의 '날카로운 검' 훈련을 예고했고, 하루 최대 70여 대의 군용기와 10여 척의 군함을 동원해 대만을 포위하고 모의 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중국 항모 산둥함서 군용기 120차례 출격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10일 J-11·J-16 전투기 등 중국 군용기 약 60대와 11척의 군함이 대만 주변 상공과 해역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중앙(CC)TV는 "H-6K 폭격기 여러 대가 대만의 주요 목표물 모의 폭격 작전을 수행했다"며 중국군 항공모함인 산둥함도 참가했다고 전했다.

동부전구사령부는 산둥함에서 전투기를 포함한 함재기가 이륙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지난 사흘간 산둥함에서 전투기는 80차례, 헬기는 40회씩 각각 이·착륙을 실시했다고 일본 통합막료감부(합동참모본부 격)가 밝혔다. 산둥함에서 발진한 전투기 일부는 대만 남동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미국도 움직였다. 미 7함대는 10일 이지스 구축함인 밀리우스를 남중국해 난사 군도로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 중국이 활주로를 건설한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 인근 해역이다.

"중국군, 대만 수괴 제거 훈련 실시"


자오샤오줘 중국 군사과학원 연구원은 관영 환구시보에 "중국군은 9일 육·해·공군의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대만 핵심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연습을 실시했다"고 이번 훈련의 전술적 목표를 분석했다. "급소를 타격하고 '수괴'를 제거하는 훈련"이었다는 것으로, 대만 유사 사태를 가정하고 중국이 '독립 세력'이라고 부르는 집권 민진당 지도부를 타격할 수도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동시에 중국은 화해 제스처도 취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9일 "양측 인적 왕래의 조속한 정상화와 각 영역의 상시적인 협력은 양안 동포들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만 민진당은 의도적으로 양안 교류를 방해하고 있다"며 양안 갈등의 책임을 대만에 돌렸다.

중국은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색채가 강한 민진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대만 여론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군사 훈련을 통해 반중 세력에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관계 개선 가능성을 흘려 현상 유지를 바라는 대만 민심을 자극한다.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에 대한 대만 여론은 냉랭하다. 9일 대만 중국시보에 따르면 대만의 한 포털사이트가 1만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3.3%가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이 "대만의 국제적 지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22.4%에 그쳤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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