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 뿌려진 ‘마약 음료’ 제조‧전달책 등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중국에서 범행을 지휘한 총책의 신원도 특정했다. 앞으로 국제 공조를 통해 총책 검거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전날 오후 4시 41분쯤 마약 음료를 국내에서 직접 제조해 서울의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전달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는 A씨를 강원 원주에서 검거했다. 이들 일당이 피해 학생 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중계기를 이용해 휴대폰 번호를 변작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전날 오후 2시 50분쯤 B씨를 인천에서 체포했다. 변작은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 발신번호를 ‘010’으로 바꾸는 걸 의미한다. 경찰은 A씨와 B씨 모두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A씨는 중국에 있는 총책 C씨로부터 일명 ‘던지기 수법(특정 장소에 숨기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것)’으로 필로폰을 전달받은 뒤 국내에서 우유와 섞어 ‘마약 음료’를 만든 혐의를 받는다. ‘기억력 상승ㆍ집중력 강화’ ‘메가 ADHD’ 등 라벨이 붙은 병과 전단지, 사은품 등도 중국 총책에게서 들여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약 음료는 원주에서 퀵서비스 및 고속버스를 이용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중계기를 설치ㆍ운영한 B씨가 C씨 지시로 휴대폰 번호를 변작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해선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집중 수사하고 있다.
앞서 두 명씩 한 팀으로 움직인 아르바이트생 4명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학생들에게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 시음 행사 중”이라며 마약이 든 음료수를 건넸다. 일부 학생이 음료수를 마시자 “구매 의향을 파악하고 싶다”며 부모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돈을 내놓지 않으면 자녀의 마약 복용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은 모두 자수하거나 검거됐는데 “인터넷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경찰은 아르바이트생들은 단순히 부업 차원에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마약을 제조ㆍ유통하고 범행 시나리오를 짠 배후 세력을 추적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