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TV에 K콘텐츠 넣자"…삼성전자가 토종OTT 생존전략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입력
2023.04.07 07:00
스마트TV, K콘텐츠 수출 지원군 주목
콘텐츠업계, 번역·더빙 기술 개발 지원 요구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필요성도


삼성전자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 콘텐츠 산업 생존 전략 마련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OTT 업계는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TV 제품이 K콘텐츠 해외 수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TV와 스마트폰, 노트북을 만드는 기업이 OTT 전쟁 지원군으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삼성전자 스마트TV로 OTT 지원군 되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1인 미디어 콤플렉스'에서 제5차 디지털 국정과제 릴레이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국내 OTT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정책 방안이 논의됐다. 티빙, 왓챠, 스튜디오드래곤 등 주요 콘텐츠 관련 기업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눈에 띄는 점은 OTT 미래 먹거리를 찾는 자리에 전자기기와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 관계자가 자리한 점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TV에서 광고를 보면 공짜로 영화와 드라마, 뉴스, 스포츠 중계 등을 보여주는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패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이름은 '삼성TV 플러스'다.

삼성TV 플러스는 3개 채널에서 한국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는 삼성TV 플러스에 국내 콘텐츠를 더 많이 얹으면, 해외 시청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의 세계 TV 시장 점유율이 29%를 넘기 때문이다.

국내 OTT 플랫폼 1위인 티빙의 고창남 국장은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가전 제조기업들의 패스트 서비스를 통해 K콘텐츠가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면 그것도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허승 왓챠 이사도 "삼성같이 디바이스 경쟁력을 갖춘 회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덕헌 삼성전자 상무는 "삼성TV 플러스는 24개 국가에서 1,882개 채널을 스마트TV,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면서 "2020년과 비교해 2025년 관련 사업이 다섯 배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를 통한 OTT 콘텐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리모컨 디자인을 개선하는 등 관련 시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물론 LG전자 등 스마트TV를 만드는 모든 가전회사가 협력 대상이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삼성TV 플러스에서 제공하는 K콘텐츠들은 사용자 수나 시청률은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에 200억~300억 원이 필요한 만큼 제작비를 콘텐츠 회사와 가전제조 기업이 어떻게 나눠 낼지도 의견을 모아야 한다.



"더빙·번역 기술 개발 지원해야"



토종 콘텐츠 해외진출을 위해 번역·더빙 기술을 키우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영상에 자막이나 더빙을 입히는 푸르모디티 김신석 부사장은 "번역이나 더빙은 (인력이 직접해야 해서)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며 "제작비를 낮추려 인공지능(AI)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최근 챗GPT가 나오면서 번역과 더빙 기술이 빠르게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콘텐츠 번역을 하는 트위그팜 백선호 대표는 "다양한 연구개발(R&D) 사업에 국가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번역·자막·더빙 등 콘텐츠 해외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후반부 작업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콘텐츠 제작비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도 논의됐다. 과기정통부는 2024년까지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펀드' 300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미국과 동남아 지역에 설치된 해외IT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시장조사와 현지 네트워킹을 제공한다. 기업들은 콘텐츠 제작비 관련 세액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정부에 전달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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