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연 9000% 대부업자, 현금결제 유도 학원장...탈세자 75명 덜미

입력
2023.04.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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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법인 명의 아파트 자녀에게 편법 증여
1박 100만 원 넘는 풀빌라, 현금 받고 소득 숨겨
앞서 민생탈세자 540명엔 6,146억 원 세금 추징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영세사업자의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서 법정 최고금리(연 20%)보다 높은 24%의 이자를 받아왔다. 그러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으려 이자수입을 신고하지 않았고 근무하지도 않은 자녀에게 고액의 인건비까지 지급했다. 법인 명의로 사들인 수십억 원의 아파트를 자녀에게 저가로 양도했다.

대형 학원 원장인 B씨는 할인을 미끼로 수강료 현금결제를 유도, 현금수입 신고를 누락했다. 또 학원에서 쓰는 프로그램 개발업체와의 거래 사이에 자녀가 주주인 회사를 끼워 넣고, 학원이 이 회사로부터 프로그램을 고가에 매입하는 방법으로 편법 증여도 서슴지 않았다.

국세청은 서민을 상대로 부당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세금은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민생탈세자 75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는 △고리대부업자 20명 △학원사업자 10명 △음식·숙박·유흥·레저사업자 25명 △전력 발전·설비 사업자 20명이다.

고리대부업자 대부분은 이자수입을 직원 명의 차명계좌로 받는 등 세금을 덜 내기 위한 꼼수를 썼다. 이들 중에는 연이율 9,000%의 고리대금업자도 있었다. 학원 사업자들은 정규 수업료 외에 고액의 특강료와 교재비를 현금으로 받으며 신고를 누락했다.

과도한 요금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현금매출을 신고누락한 음식·숙박·유흥·레저 사업자에 대한 조사도 실시한다. 1박에 100만~150만 원인 풀빌라 업주는 할인 조건으로 고액 숙박비를 현금결제하도록 유도해 현금수입을 감췄다. 가맹점으로부터 가맹비와 인테리어 공사대금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은 프랜차이즈 본사 등도 덜미를 잡혔다. 거래처로부터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해 비용을 부풀렸거나, 대표의 개인사업장 인건비를 법인 비용으로 처리한 전력 발전·설비 사업자도 세무조사에 포함된다.

오호선 조사국장은 “가용한 모든 세무조사 수단을 활용해 차명계좌와 장부파기 등의 위법행위와 탈세사실을 확인하겠다”며 “조세를 포탈하거나 세법질서를 위반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탈루세금 추징은 물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엄정 처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세청은 2019년 181명, 2020년 178명, 2021년 181명 등 총 540명의 민생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1조 원이 넘는 은닉소득을 찾아냈고 6,146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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