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5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까지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시 모집에서 4개 대학(감리교신학대, 서울대, 진주교대, 홍익대 미술계열)만 학폭 감점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필요한 조치이다. 다만 “학폭 기록 보존 기간을 취업 때까지 늘리는 방안도 제시됐다”고 하는데, 과한 면이 없도록 살펴야 한다.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어야 하며, 가해자에게 실질적 불이익을 주되 반발심만 부를 정도의 과잉제재는 걸러내야 한다.
당정은 △학교 생활기록부의 중대 학교폭력 가해 기록 보존 기간 연장 △대입 수시전형에만 반영되는 가해 기록의 정시까지 확대 △일대일 피해자 맞춤지원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정순신 전 검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낙마를 불렀던 학폭 가해 아들이 수능 2점만 감점받은 채 정시로 서울대에 입학한 것을 볼 때, 정시 정책 조정은 불가피하다. 현재 대다수의 대학들은 정시 감점 자체가 없다. 끔찍한 학폭을 당한 피해자는 자퇴를 할 정도인데, 가해자는 불이익 없이 수능 점수만으로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입학하는 건 심각한 불공정이다.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받는 조건으로 기록 삭제를 가능하도록 하면 부작용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입학사정은 기본적으로 대학 자율인 만큼, 학폭의 정시 감점엔 대학들의 실효성 있는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 교육부도 필요하다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학폭 엄단’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 및 피해 회복 노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해자들의 소송은 피해 회복을 저해한다. 소송 제기 기록까지 함께 남기자는 의견이 제시됐다는데 검토해볼 만하다. 학폭 관련 교육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제도를 운영하는 교육 현장에서 피해자를 위하는 분위기와 노력이 정착돼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부는 14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 명의 피해자도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로 최종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