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접속을 차단했다. “챗GPT가 개인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을 정당화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AI 기업 조사에 착수했고, 영국은 AI 백서를 내놨다. 각국 정부가 AI 견제에 본격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도 기술 경쟁력을 놓치지 않으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주요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에 들어갔다. 금융, 정보통신, 반도체 등 보안이 생명인 업종일수록 사내에서 챗GPT 사용을 막거나,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허가를 거쳐 쓰게 하는 등 일찌감치 움직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포스코 같은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업무에 활용하려고 챗GPT에 질문을 입력했다 자칫 핵심 기술이나 영업 기밀이 새어나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챗GPT가 예술, 교육, 연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파고들어 AI 논쟁에 불을 붙여놓은 지금이 국제사회와 발맞춰 규제 체계를 논의할 ‘골든타임’이다.
챗GPT의 영향력은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조차 “두렵다”고 할 정도로 가히 폭발적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무한경쟁은 AI 발전 속도를 더 끌어올릴 것이다. 매일같이 공개되는 새 챗GPT에 미국 한 비영리단체는 급기야 ‘더 강력한 AI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는 공개서한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혁신 기술의 발전은 강제로 막을 수 없고, 막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지금 할 일은 AI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AI로 학습과 업무 부담을 덜면서도 보안이나 범죄 걱정은 없도록, 디지털 격차가 확대되지 않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기술의 허점과 한계를 알리는 교육도 필요하다. 해외 의존도를 낮출 국산 AI 원천기술 확보 역시 속도를 내야 한다. 6일 나올 ‘AI 경쟁력 강화 방안’에 정부의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