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대출 힘든 자영업자 173만, 방치하다 위기 부를라

입력
2023.04.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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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이 지난해 말 기준 1,02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선 후 금리 상승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부채가 있는 사람 중 개인사업자 대출도 받은 사람을 식별해 그들의 가계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산해 산출한다.

더 심각한 것은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아 더 이상 추가 대출이 힘든 ‘다중채무자’의 상황이다. 다중채무자는 173만 명이며 대출액은 720조 원이 넘는다.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4억 2,000만 원을 대출했으며,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지난 1년 반 사이 이자 부담액은 1인당 1,000만 원 정도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대부분 자영업 매출 역시 줄어들고 있어, 이들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대출 상환 능력은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다. 아직 부실 대출 관리는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금리 인상 여파가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로 미뤄 둔 부실까지 더해진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에서 위기감이 감지되지 않는다. 금리 상승기에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비판받던 4대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에 서민 금융비용 완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0.3~0.5%포인트 인하하는 정도의 소극적 대책에 그친다.

금융당국과 금융사가 서둘러 적극적인 자영업자 금융비용 완화 조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때를 놓친 후 그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와 취약한 상환능력을 고려할 때 이대로 방치하다가 자칫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모럴 헤저드를 막는 보완장치를 전제로, 연체 이자 탕감과 원금 감면 등의 적극적인 자영업자 부실 채무 경감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