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은 당신 삶의 많은 부분을 채울 것인데 진정으로 만족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위대한(great) 일이라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
전 세계 33억 명의 노동 인구가 일자리를 원하지만, 이 가운데 상시적으로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감동적 일자리'는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국가가 일자리를 늘려 실업률을 낮추는 양적 지표에 골몰하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 가운데 삶을 향상시키는 '훌륭한(great)' 일자리는 턱없이 적다는 조사 결과다.
5일(현지시간)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진정한 글로벌 일자리 위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 새 실업률이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일자리는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 실업통계 대신 '훌륭한' 일자리가 실업률을 측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갤럽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전통적 기준의 세계 실업률은 5~6% 수준에 불과했다. 전 세계 인구 77억 명 가운데 54억 명이 성인이고, 경제활동을 포기한 이들을 제외한 노동 인구는 총 33억 명이다. 2019년 실업률 5.4%에 대입하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는 2억 명 미만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갤럽은 이는 공식 실업률 계산방식으로 인한 착시이지 실질적 실업률은 3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생계형 농부나 인도의 거리에서 장신구를 파는 사람처럼 상당수 국가에서는 자영업자의 30%가 실업자와 다름없는 극심한 빈곤 상태(하루 수입 1.9달러·2,500원 미만)다.
이와 함께 갤럽은 실질 실업률 우려보다도 근로자가 일을 통해 직접적으로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는 '훌륭한 일자리'가 크게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갤럽은 전 세계 근로자 수백 명과의 인터뷰를 거쳐, 일을 통해 느끼는 근로자의 웰빙을 측정하는 12가지 항목을 만들었다. 이 지표에 따르면 전체 직장인의 20%만이 직장에서 성공적인 사람, 즉 훌륭한 직업을 가진 경우에 속했다. 62%는 마지못해 일하는 소극적 근무자로 분류됐고, 18%는 일에 치여서 실제로 퇴사한 경우다.
조사 결과, '훌륭한 일자리'는 그 일을 맡은 사람에게 삶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으로 이끌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했다. 예컨대 훌륭한 직업을 가진 독일인의 81%는 '지난주 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답했지만, 일에 치여 퇴사한 응답자의 59%는 '지난 한 달 동안 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지인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한 날이 3일이 넘는다'고 했다.
갤럽은 보수가 높은 직업은 '좋은 직업'일 수는 있지만, 그 일을 맡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감동을 얻는 '훌륭한 직업'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주당 최소 30시간 이상 꾸준히 일하고 월급을 받는 일자리는 '좋은 직업'이지만, 훌륭한 직업은 그 위에 근로자가 회사 혹은 상사의 배려 속에 발전하는 일자리라고 덧붙였다. 갤럽은 이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전 세계에서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5억 명에 달하지만, 그 가운데 '훌륭한 직업'은 20% 안팎인 약 3억 개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구상 노동인구 33억 명 가운데 즐겁고 보람찬 마음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9%인 3억 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갤럽은 "훌륭한 직업을 원하는 33억 명 가운데 91%에 달하는 사람은 진정한 직업을 얻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이것이 진정한 글로벌 일자리 위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