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현안 산적한데 뒤숭숭한 외교안보라인...

입력
2023.03.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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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와중에 외교안보라인의 난맥상이 흘러나와 우려된다. 지난 10일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엿새 앞두고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데 이어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최근 교체됐다. 대통령 방일·방미 일정이 맞물리는 시점에 핵심 실무참모들이 바뀐 건 심상치 않다. 급기야 윤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컨트롤타워 격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설까지 불거졌다. 한반도 안보환경이 엄중한 마당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대통령실 안팎에선 국빈 방미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 보고 누락 사태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미국 측이 방미를 계기로 한류스타 ‘블랙핑크’와 미국 ‘레이디가가’의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공연이 논의됐지만 윤 대통령에게 제때 전달되지 않았고, 백악관 측에 답신이 늦어 무산 위기를 겪었다는 얘기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소통부재 또는 기강해이다. 김 실장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실은 “사실무근” 입장을 밝혔지만 잡음과 혼선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재외공관장회의로 해외주재 대사들이 귀국한 가운데 온갖 내부 문제가 새어 나오는 걸 두고 권력투쟁설도 나돌았다.

대통령실은 경위를 시급히 가리고 공개해 불필요한 억측이 퍼지지 않게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내달 26일 방미, 5월 11~13일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및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노골화한 북핵 위협에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강화를 논의하는 한편, 미국의 반도체 패권 선언과 대중국 규제 한가운데서 국익을 지켜야 할 막중한 과제가 달려 있다. 정상회담은 철저한 사전준비와 치밀한 계획 없이 성공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뒤숭숭한 외교안보라인 잡음을 속히 해소해 방미·방일 준비에 한 치의 지장이 없도록 기강을 다잡기 바란다. 이와 함께 작년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실책 논란에 이어 3·16 한일 정상회담이 여론 다수의 비판을 받는 데 대해 외교라인 전면 쇄신의 필요성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