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미국 송환시 국내 피해 배상 어려울 수도"

입력
2023.03.27 14:30
전문가들 엄격한 법 집행과 전례 비춰
"52조 원 벌금 100년 이상 징역도 가능"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피의자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으로 송환돼 처벌받을 경우 52조 원의 벌금 또는 100년 이상의 징역도 가능하지만, 국내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가상자산 전문 분석업체인 원더프레임의 김동환 대표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400억 달러 (사기) 피해 규모로 소송을 해 한국 돈으로 52조 원이니까 그 정도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며 "보통은 피해 규모 곱하기 몇 배가 나오기는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최소로 잡아도 52조 원 정도, 징역도 어마어마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에서 한다면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혐의가 어디까지 입증되느냐인데, 고의적인 일, 시세 조작 등이 붙는다면 형량도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미국에서는 8가지 죄명으로 기소를 했는데 사기가 포함됐다"며 "2009년 메이도프라고 70조 원 가까이 (다단계 금융 수법인) 폰지사기를 한 사람이 150년형을 받아서, 권도형이 저질러 놓은 범죄가 52조 원 정도의 사기라면 적어도 100년 이상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합리적으로 추론은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권도형은 '도망간 게 아니다'라고 했는데 2개 나라 위조 여권을 만들었고, '전 재산을 다 잃었다'고 했는데 스위스 은행에 비트코인 등 약 2,000억 원을 갖고 나왔다는 게 입증됐다"며 거짓말을 한 것이 양형에 반영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권 대표를 엄벌에 처하려면 한국보다는 미국으로 송환하는 게 낫다는 여론도 있다. 국내 루나·테라 코인 피해자 2,700여 명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서 권 대표를 어디로 송환하는 게 좋을지 무기명 투표에 부친 결과, 27일 오전 9시 30분 기준 투표 참여자 67명 중 74.6%(50명)가 '미국으로 인도돼 처벌받아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한국 송환'은 14.9%(10명)에 그쳤다.


"피해사실 증명도 복잡하고 어려워"

김 대표는 "한국에 오면 (외려) 솜방망이 처벌을 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더 큰 벌을 내릴 수 있는 곳으로 보내면 좋겠다는 것이 사실 지금까지의 여론"이라고 전했다.

다만 "미국에서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면, 그 돈(권도형의 재산)을 다 찾아 (미국에서 배상하고) 그다음에 한국으로 오면 한국 사람들은 못 받게 된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후순위로 밀려 피해 배상이 쉽지 않을 수도 있는 점을 우려했다. 또 "이 코인에 투자했다고 해서 다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느냐? 법적으로 봤을 때 피해자와 손해자가 좀 다르다"라며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되게 복잡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승 선임연구위원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오스템임플란트 사건 이후 요즘 들어 '특정 경제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사기를 사기나 횡령으로 보면 가중 처벌한다"면서도 "검사가 자본시장법 178조 사기적 부정거래로 공소를 제기했는데, 2020년 자본거래법 위반 62건 중 집행유예가 나오는 게 한 40%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한 점을 근거로 "차라리 미국 보내라는 네티즌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며 "합리적인 분노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송환은 법무부 노력에 달려"

권 대표가 어느 국가에 인도될지는 몬테네그로 사법당국 손에 달려 있다. 김 대표는 "미국 검찰은 이미 (권 대표를) 기소했고, 한국도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며, 원래 권 대표가 살던 곳인 싱가포르도 800억 원 정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쪽도 신병 인도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며 "결과적으로 몬테네그로가 누구에게 (권 대표를 인도해) 주느냐가 쟁점"이라고 했다.

승 선임연구위원은 "(세 국가 중) 누가 제일 선점권을 가지고 있느냐, 피해자가 어디에 많으냐, 국적이 어떻게 되느냐, 형사사법의 정의가 어느 나라에서 가장 확실하게 실현될 거냐, 이런 걸 몬테네그로 법원이 따져서 판단할 것"이라며 "누가 (어느 국가가) 설득력 있는지를 보겠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송환은) 얼마만큼 대한민국 법무부가 노력하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권 대표가 유럽의 세르비아 옆 몬테네그로에서 잡힌 데 대해선 김 대표는 "원래 거처는 세르비아로 알려졌고, 세르비아에서 두바이로 이동하기 위해 몬테네그로에서 전용기를 탔다가 체포된 것으로 이야기가 돼 있다"며 "세르비아는 암호화폐 사용이 상당히 활성화된 동유럽 국가이고, 중요한 건 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나라라서 세르비아에 둥지를 틀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