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모발서만 나온 코카인... 경찰은 범죄 입증할 수 있을까

입력
2023.03.26 10:44
경찰 소환 초읽기, 코카인 투약 수사 주력
소변 검출 대마 등 혐의 입증 비교적 수월
"혐의 부인하면 구속영장 수순 밟을 수도"

배우 유아인(38ㆍ본명 엄홍식)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이 ‘코카인 투약’ 입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유씨 모발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대마와 코카인, 프로포폴, 케타민 등 4종의 마약류 가운데 코카인의 혐의 입증이 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코카인 투약은 처벌 강도도 가장 세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유씨 소변에서 검출되지 않은 코카인 투약 시기와 장소, 방법 등 세부 범죄 사실을 특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마약류 정밀 감정 결과, 유씨 소변에서 일반 대마 양성반응이 나왔고, 모발에서는 프로포폴, 대마에 이어 코카인과 케타민이 검출됐다. 대법원은 모발에서 마약류가 검출돼도 투약 시기ㆍ방법을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로 보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다. 모발에선 수년이 지나도 마약 성분이 나와 언제 투약했는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일례로 대법원은 2005년 ‘필로폰 불상량을 맥주에 타서 마시거나 1회용 주사기로 주사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투약 시기 등이 구체적이지 않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제약된다고 판단했고, 이듬해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마약 수사를 할 때 모발감정에서만 양성반응을 보이면 진술과 물증을 토대로 상세한 범죄 사실을 밝혀내는 데 집중한다. 유씨 사례도 난관은 적지 않다. 특히 그가 해외에서 코카인을 투약했다면 증거 확보가 더욱 어렵다.

반면 체내에서 금방 분해되는 프로포폴과 케타민도 소변감정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여러 병ㆍ의원을 압수수색해 충분한 자료를 확보한 만큼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또 유일하게 유씨 소변에서 성분이 나온 대마는 최대 열흘까지 양성반응을 보여 투약 시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다. 실제 대법원은 소변감정 결과를 통해 투약 시기를 열흘 내로 역추산한 2009년 사건에서 공소 사실을 인정했다.

코카인 투약 혐의를 입증하느냐 마느냐는 유씨 형량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 마약범죄 양형기준에는 코카인을 투약한 피의자에게 통상 징역 1~3년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대마ㆍ프로포폴(8월~1년 6개월), 케타민(10월~2년)에 비해 엄하게 처벌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유씨 측이 증거가 다수 확보된 대마ㆍ프로포폴 투약 혐의는 인정하되, 코카인은 부인하는 전략으로 나올 수도 있다.

경찰은 압수한 유씨 휴대폰 등을 분석하고, 미국에 동행한 주변인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등 증거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그가 소환 조사에서 코카인 투약 혐의를 부정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 마약 수사관은 “모발에서 코카인이 검출됐는데도 버틴다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씨는 24일 예정된 경찰 소환 날짜가 언론에 알려졌다는 이유로 일정을 미루는 등 비공개 조사를 원하고 있다. 그는 대검찰청 마약과장을 지낸 박성진(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유씨 변호인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본보 질의에 “경찰 조사 전에 입장을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