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수완박 법안 유효" 판단했지만 국회에 경고 메시지

입력
2023.03.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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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아슬아슬' 법안 유지
"심의·표결권 침해했지만 중대 흠결은 아냐"
헌재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구인 적격 없어"
"검찰은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 없어" 판단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다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입법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처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등 국회에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


"법사위 절차 국회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하지만 법안은 유효"

헌재는 23일 개정 검찰청법, 형사소송법과 관련해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인이 각각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일부 인용 및 각하 결정했다. 헌재 결정으로 법안은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를 놓고 다툼이 생기면 헌법재판소가 유권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헌법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하고 재판관 과반(5명 이상) 찬성으로 △인용 △기각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헌재가 국민의힘이 제기한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를 문제 삼아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일부 인용하면서도 법안 효력을 인정해 준 데에는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 여부 및 해당 권한침해가 헌법상 중대한 흠결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서 갈렸다.

헌재는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권한침해 확인 청구에 대해선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헌재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관 9명 중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이미선 재판관이 법사위원장 가결·선포행위를 권한침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가 법률 무효라는 부분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결국 재판관 5대 4로 기각되면서 개정된 법률은 가까스로 효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미선 재판관은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받았지만, 의회주의 이념에 입각한 국회 기능을 형해화할 정도의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검찰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은 청구 자격 없어 각하

헌재는 이날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입법 과정 및 법률 내용이 검사의 수사·소추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며 법무부와 검찰이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했다. 헌재는 "법률 개정행위는 검사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므로,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아울러 "법률 개정행위는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 및 소추권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으로,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국민의힘 의원들과 법무부 장관 등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대부분을 기각하면서, 지난해 9월 10일 시행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효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개정 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 대상을 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축소하고, 수사 개시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축소된 검찰 수사권을 다시 확대하면서 법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헌재 선고 직후 "법안이 유효하다는 결론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인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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