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타워' '안녕, 인공존재' 등으로 SF계에서 유명해진 작가의 신작 소설. 최근 3년간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집필한 9편이 실렸다. 고래상어 그림을 감상하러 바다로 떠났다가 함정에 빠진 돈 쓰는 로봇을 비롯해 비말 차단을 위해 파열음을 완전히 제거한 미래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매혹적인 SF에 벼린 사회에 대한 통찰은 여전히 날카롭다. 북하우스·344쪽·1만6,800원
△통영이에요, 지금
구효서 지음. 사랑하는 한 여자를 지키고자 결탁하는 전직 경찰과 수배자의 이야기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2021)에서 지역의 매력을 소설에 잘 녹인 작가가 이번엔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을 배경으로 썼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청춘이 하나둘씩 스러져갔던 1980년대부터 시작된 로맨스는 통영의 풍광과 만나 여운이 짙어진다. 해냄·284쪽·1만6,800원
△오직 사람 아닌 것
이덕규 지음. 현대시학작품상, 오장환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나는 척박한 땅에 사무치는 당신의 간절한 고수레 한 점이다"('농부'). 시인은 자연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법을 찾는다. 이는 사람이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하고 사는 시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역설이다. "다시 벼와 찰보리를 기리고 섬기는 곳으로 가네"('흙 묻은 맨발들의 저문 노래'). 그래서 가장 오래된 농촌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는다. 문학동네·128쪽·1만2,000원
△나의 마지막 엄마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영화 '파이란'과 '철도원'의 원작자로 국내에서 친숙한 작가의 신작. 누구에게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가짜 엄마와 고향에서 위로받는 얘기다. 책은 가족 예찬을 부추기지 않는다. 낯선 사람과 장소에서 희망이 움튼다. 다산책방·400쪽·1만7,500원
△로봇 동화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정보라 옮김. '문학계의 아인슈타인'이라는 찬사를 받은 SF계 거장의 단편 소설집. 과학과 실화, SF와 동화라는 상반된 두 영역을 교차한 15편의 이야기를 수록했다. 책엔 발전된 과학 기술과 그것을 향유하는 인간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로봇들이 가장 경계하는 대상은 바로 인간이다.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가 번역했다. 알마·360쪽·1만8,500원
△도시 비행
박현민 지음. 2022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민들레가 올려다보는 세상은 어떨까. 민들레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벌레가 와도 그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다. 대신 '내게 오는 모든 일을 겁내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척박한 도시에서 세상을 올려다보던 민들레는 한 아이의 손길로 인해 간절하게 기다려왔던 도시 비행을 하게 된다. 창비·64쪽·2만1,000원
△고양이 세수
안영은 글. 홍그림 그림. 웅이는 오늘도 손가락 끝에 물을 묻혀 고양이 세수를 한다. 어느 날 웅이의 얼굴에 묻은 초콜릿 자국을 수염이라고 생각한 고양이들은 웅이를 고양이 왕국으로 데려간다. 고양이 세수를 제일 잘해 고양이 왕국의 왕이 된 웅이는 가까스로 탈출한다. 그 뒤 반성하고 열심히 세수한다. 아이가 혼자서 세수하는 법을 재치 있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그림책. 제제의숲·44쪽·1만4,800원
△할아버지의 양손
윤중식 그림. 윤대경 글. 6·25 전쟁 때 평양에서 부산까지 피란길에 나섰던 부자의 경험담이 실린 그림책. '석양의 화가'라 불린 윤중식 화백이 남긴 피란 현장 스케치 28장에 아들이 글을 붙였다. 포탄에 허둥대다 생이별한 가족, 먹을 것이 없어 죽 한 그릇을 놓고 애걸하는 사람들 등 피란민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휴전 70년을 맞아 출간됐다. 상수리·114쪽·1만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