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한국시간 23일 오전 3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미국과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미국 중소형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금리를 내리거나 동결하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물가 상승 경고에도 유동성을 풀다가 뒤늦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책임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CNBC방송은 21일 전문가 설문 조사를 인용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은행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선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용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는 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점쳤지만 "연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답변은 52%에 불과했다.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가 많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이 걱정을 사는 건 미국 중소형 은행의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중소형 은행들은 저금리 시기에 안전한 미 국채에 투자했다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국채 가격 하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연준이 금리를 또 인상하면 자금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6%대로, 연준이 '가장 이상적 경제성장이 가능한 목표치'로 설정한 2%대를 한참 웃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한다면 "물가 억제를 포기할 만큼 미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불안 심리가 시장에 퍼질 가능성이 크다.
이달 8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이후 미국 정부의 각종 진화책이 먹히지 않으면서 파월 의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가도 못 잡고 금융 시장도 안정시키지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파월 의장의 정책 실패 때문이란 게 비판의 요지다.
연준은 팬데믹 시기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시장에 돈을 풀었지만,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간과했다. 인플레 경고음을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하고 2년간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지난해 초 물가상승률이 7%를 넘어서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긴축에 나섰으나 물가는 꺾이지 않았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기준금리를 4.25%포인트 올리는 급격한 긴축을 단행했고, 이는 중소 은행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미국 진보 진영도 파월 의장에게 옐로카드를 들었다. 파월 의장의 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비판해온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대응과 은행 감독 관리자의 임무 대응에 모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FOMC 이후) 파월 의장은 더 많은 곤란한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SVB 은행 파산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1일 "은행 위기가 더 악화하면 예금에 대해 추가 보증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가 40% 오르는 등 은행권에 대한 우려는 크게 완화됐다. 은행주들이 대부분 오르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4,000선을 회복하는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 모두 강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