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동부에서 수백만 마리의 어류가 떼죽음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원인은 기록적인 폭우 이후 찾아온 폭염이었다. 갈수록 격렬해지는 기후이변이 빚은 참극이다.
AP통신은 18일(현지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1차 산업부가 "극심한 홍수를 겪은 상황에서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물고기의 죽음을 불렀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어류의 집단 폐사가 일어난 지역은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메닌디 마을 인근 달링강이다. 홍수로 물이 혼탁해지며 가뜩이나 줄어든 용존 산소량이 폭염으로 더욱 부족해져 물고기의 죽음을 불렀다는 설명이다. 불과 지난달까지 대홍수에 시달렸던 호주는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이달부터는 곳곳에서 40도를 넘는 폭염이 찾아온 상태다.
강에서 죽은 물고기 떼를 발견한 사진작가 제프 루니는 "끔찍한 악취에 마스크가 필요했을 정도"라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달링강의 물이 주민에게 공급되는 만큼 건강이 걱정됐다"고 덧붙였다. 메닌디 북쪽에 사는 주민들은 강을 따라 죽은 대구와 농어가 곳곳에 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그레임 맥크랩은 "썩어가는 물고기가 물에서 더 많은 산소를 빨아들이면서 더 많은 물고기가 죽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지역의 어류 집단 폐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초에도 물고기 수백만 마리가 떼죽음 당하면서 '하얀 카펫'처럼 강 위에 깔리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올해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다. 영국 BBC방송은 "폭염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로 인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지며 더 오래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지구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후 약 1.1도 상승했고,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지 않는 한 이는 계속 오르면서 기후이변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호주 당국은 비상 운영 센터를 설치하고 강의 용존 산소를 높이기 위해 나섰다. 센터 관계자는 "이미 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메닌디뿐 아니라 고위험 지역에도 비슷한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AP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