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긴 침체기를 겪었던 '쇼핑 1번지' 서울 중구 명동이 중국, 동남아 등에서 찾아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물론 호텔, 여행업계까지 따뜻한 봄 기운이 퍼져 나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19일 CJ올리브영은 이달 1~17일 명동 내 5개 매장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배가량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1일부터 중국에서 온 입국자에 대한 입국 후 PCR 검사 의무가 해제되면서 기존 영미권, 동남아, 일본인 관광객에 이어 중국인 관광객까지 명동을 찾으며 상권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실제로 이달 CJ올리브영의 명동 상권 매출 73%는 외국인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 비중이 1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6배가량 뛴 수치다.
특히 이 기간 외국인 고객이 가장 많이 산 인기 브랜드 10개 중 9개가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 기업 화장품이었다. '조선미녀(Beauty of Joseon)'는 국내 고객에게는 낯설지만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다. 지난해 8월 올리브영 명동 상권에 입점, 매월 매출이 30%가량씩 뛰고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과거엔 유명 빅모델을 쓸 수 있는 대기업 브랜드가 외국인 고객에게 잘 팔렸다"면서 "반면 최근엔 좋은 상품력을 바탕으로 한 입소문이 SNS를 타고 외국인 매출 증대를 끌어올리는 등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K뷰티를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매장 방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활기를 되찾은 곳은 올리브영뿐만이 아니다. 아성다이소는 1일 서울 중구 남산동 명동역 1번 출구 앞 명동역점을 1년 만에 재오픈했다. 2017년 문 연 명동역점은 코로나19로 2021년 4월부터 축소 운영을 거쳐 지난해 3월엔 아예 문을 닫았다. 이번에 리모델링을 거쳐 다시 문을 열면서 12개 층 1,650㎡(약 500평) 규모로 키웠고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크다.
호텔과 레스토랑도 속속 명동에서 관광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 남대문과 명동의 외국인 고객이 주로 찾던 4성급 호텔인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가 이달 다시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도 지난달 중순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 옛 KT서울중앙전화국 자리에 들어선 복합 건물에 △뉴아메리칸 다이닝인 마이클 바이 해비치 △중식당 중심 △일식당 스시메르 등 세 개의 레스토랑을 동시에 열었다.
1월 중순에는 아디다스코리아가 명동 메인로드 건물 1, 2층에 2,501㎡(약 757평) 규모의 '아디다스 브랜드 플래그십 서울'을 열기도 했다. 아디다스 매장 중 국내 최대 규모로 매장 1층에 '서울 샵', '서울 랩'을 두고 서울의 스토리를 담은 국내 파트너들과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놓는 등 서울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매장을 꾸몄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권이자 관광지 명동에서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국내외 관광객에게 수준 높은 한국의 미식과 문화를 전하고자 한다"고 명동에 입점한 취지를 밝혔다. 아디다스코리아 측은 "이번 플래그십 매장은 홈 오브 스포츠(HOS)를 콘셉트로 한 아시아 퍼시픽 최초의 매장"이라며 "규모뿐 아니라 가장 혁신적 콘셉트로 명동에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