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불길이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로 번지며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위기설이 돌았던 CS 측이 연례보고서를 통해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고 인정한 데다, 대주주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지원은 없다”고 밝히면서다. CS 주가는 15일(현지시간) 30% 넘게 폭락했고, 유럽과 미국 은행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만약 CS가 무너지면 SVB와는 비교할 수 없는 메가톤급 파장이 우려된다. 자산 규모가 약 750조 원으로 SVB의 3배에 육박하는 데 더해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으로 지정돼 있다. “CS가 붕괴하면 전 세계적 재앙이 될 것”(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이란 경고가 나온다. 이에 스위스 중앙은행은 CS에 무려 70조 원(500억 스위스프랑)에 달하는 지원을 약속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불안한 건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CS 위기 등으로 은행 전반에 대한 불신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전체 은행 시스템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시장에 불신과 공포가 번지기 시작하면 언제 어느 곳에서 뇌관이 터질지 가늠할 수 없다. “우리는 괜찮다”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급격히 늘려온 저축은행 등 약한 고리를 강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VB가 촉발한 나비효과가 우리나라를 덮칠 가능성에 대비해 만반의 대응책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