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노동개혁이 첫발도 떼기 전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이후 부정 여론이 들끓자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여기부터 꼬이기 시작했는데 여당은 15일 '주 64시간' 대안을 내놨고 윤 대통령은 다시 '주 60시간'을 제시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고무줄처럼 변하는 최대 연장근로시간에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자 정부와 여당 모두 허둥지둥하는 모습이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라며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을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상한'을 제시한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주 60시간'을 언급한 이상 기존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안은 근로기준법상 주 최대 연장근로 시간(12시간)을 월 단위(52시간, 1달=4.345주)로 확대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한다면 1주 최대 69시간, 연속 휴식이 없다면 1주 최대 64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특정 주에 몰아서 일하고 이를 적립했다 나중에 몰아서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기준 기간을 분기·반기·연으로 늘리면 활용할 수 있는 연장근로 총량은 조금씩 줄어든다.
만약 여기에 주 60시간 캡이 씌워진다면 한 달간 주 최대 근무시간 예시는 ①첫째 주 60시간 ②둘째 주 60시간 ③셋째 주 52시간 ④넷째 주 40시간이 된다. 기존 개편안(69시간→63시간→40시간→40시간)보다는 근로시간 쏠림이 덜하지만 애초에 연장근로 시간이 늘어나는 것 자체에 반감이 큰 MZ세대 입장에서는 주 60시간도 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국회 근로시간 개편안 토론회에 참석한 'MZ노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은 "유연한 근로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지만 그건 '이번 주에 44시간 일하고 다음 주에 36시간 일하겠다'는 식으로 소정근로 40시간 안에서 얘기하는 것"이라며 "이번 주 60시간, 다음 주 50시간 일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통령이 제시한 주 60시간에도 노동계는 여전히 반대한다. 이날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로 회귀하는 사용자 단체들의 일방적 요구를 착실하게 들어주는 중"이라며 개편안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OECD 평균보다 200시간 이상, 유럽 국가들보다 400시간 이상 길다"며 "대통령 입에서 나온 60시간은 200여 년 전 영국의 '공장법'이 정한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나마 정부에 '아군'이었던 경영계 지지도 잃어버릴 위기다. 주 최대 60시간 상한이 생긴다면 지금보다 근로시간이 '주 8시간'만 늘어나는 거라 경영계에서도 "제도 개편의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8시간으로는 중소기업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주문 등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며 "(주 최대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하루 한 시간꼴로 늘리는 건데, 경영계에서는 별 효과가 없을 거라고 본다"라며 "기존 안이 통과될 수 있게 MZ세대나 노동계를 잘 설득하고 기업과 산업현장 목소리를 좀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개편안 수정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는 입장이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이날 국회 토론회 직후 "제도를 만든 취지와 우려의 접점을 찾아야 하기에 주 60시간 상한까지 다 고민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당도 분주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아직 (주 60시간) 캡이나 상한 씌우는 것까지는 (구체적인) 얘기가 안 나왔다"라며 "정부안 입법예고가 4월 17일이니 보완할 게 있으면 당에서 의견을 정리해서 의원입법 형식으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