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이 최근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 33분 만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16일 영국 데일리메일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전자공학 연구기관인 베이징전자공정총연구소의 연구진은 지난달 15일 중국 군사 전문지 '현대방위기술'에 이 같은 내용의 검토 결과를 소개했다. 화성-15형을 미국 본토에 발사했을 경우, 미국 측 대응을 알아보기 위한 취지에서 진행된 시뮬레이션이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우선 북한이 평안남도 순천에서 화성-15형을 발사하면, 미국은 약 20초 만에 미사일방어시스템의 '경보'를 받는다. 이어 11분 내에 미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에서 1차 요격 시도가 이뤄진다. 실패 시 미 본토의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2차 요격이 시도된다. 1·2차 요격이 모두 실패할 경우, 화성-15형은 1,997초(약 33분) 만에 미국 중부 미주리주 소도시인 컬럼비아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북한 ICBM의 목표물 명중 여부나 미국의 방어 요격 성공 여부에 대해선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시뮬레이션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강력하긴 하지만, 허점이 있다는 것도 드러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북한처럼 비교적 작은 나라인 적과의 대결에선 완벽하지 않다"면서도 "미사일 중간 궤도 상승과 하강 때 감시 플랫폼이 북한의 미사일 궤적을 추적하지 못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이 40개 이상의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미국 방어 체계는 압도당할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한꺼번에 발사된 다탄두 ICBM 여러 발을 100% 요격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화성-15형·17형 시험 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능력을 증명했다. 그러나 다탄두 발사 기술이나 발사된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대기권 재진입 시 발생하는 열·마찰을 견디는 능력)의 확보 여부는 불분명하다.
앞서 북한은 2017년 8월 ICBM 탑재용 수소탄 실험(6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석 달 후엔 1만3,000㎞ 사거리인 화성-15형의 첫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 당시 북한은 "국가 핵무력이 완성됐다"고 선언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화성-15형을 발사했으며, 이날도 ICBM을 발사하는 등 대미 무력시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를 미국 탓으로 돌렸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ICBM 발사에 대한 논평 요청을 받자 "최근 미국 등이 연합훈련(한미 합동군사연습)을 계속하고 전략 무기 출격 빈도를 높이는 동시에 핵추진 잠수함을 타국에 이전키로 했다"며 "이런 움직임은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한반도 정세에 필요한 건 불을 끄고 열을 식히는 것이지, 기름을 붓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왕 대변인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영국·호주의 중국 견제용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14일 열린 오커스 첫 대면 정상회담 이후, 호주에 2030년대 초까지 3척의 핵추진잠수함을 판매하고, 필요시 2척을 추가 판매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군사협력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