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시간제 재검토... MZ만 아닌 노동계 의견 수렴해야

입력
2023.03.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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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근로시간제 개편안 보완을 지시한 데 이어 김은혜 홍보수석이 15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69시간제보다 완화된 법 개정안이 입안될 것으로 보인다.

입법예고 8일 만의 급선회는 청년층 여론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특히 MZ 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시에서 드러난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제 개편에) 잘못된 오해가 있다”며 “충분히, 정확하게 설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소통 부족이나 MZ만의 문제가 아니다.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정부안은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노동계 반발이 많았는데 무시하고 밀어붙인 정부 책임이 크다. 노조를 배제하고 MZ세대만 끌어들여 노동개혁을 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기를 바란다.

15일 한국행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 취업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16시간)보다 199시간이나 길고 독일(1,349시간)보다는 566시간이나 길다. 2008년(2,228시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다. 법으로 보장된 연차도 다 못 쓰는 환경에서 ‘몰아 일하고 한 달 쉰다’는 정부 설명은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극심한 조선업계 인력난에 외국인력 도입 비율을 높였음에도 월 270만 원에 300시간 일하니 외국인 노동자 이탈이 잇따른다(본보 15일자 1면). 호주 ABC방송은 ‘kwarosa’라는 표현까지 쓰며 69시간제 입법을 보도했다.

노동시간을 줄여온 제도 방향은 되돌리기 어렵고 되돌려서도 안 된다. 세계적 추세이자 갈수록 중시되는 가치다.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지 않고선 인력난, 과로사와 산재, 출생률 하락, 삶의 질 하락 등을 막을 수 없다. 노동시간 감축 원칙 위에서 유연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