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출범 30주년을 맞아 15일 문민정부 및 동교동계·상도동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문민정부의 성과와 의미를 되짚는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의 '화합' 정신 등을 언급하며 현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도 했다.
김영삼민주센터·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민주화 30년, 문민정부 출범 30년' 세미나를 개최했다. 권노갑·김덕룡·이석현 전 의원 등 동교동계·상도동계 인사들과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문민정부 인사들이 세미나에 참석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각자의 평가와 회상을 공유했다.
이 전 총리는 기조발언에서 문민정부 출범을 "1948년 정부수립 이후 가장 큰 역사적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문민정부가 출범하며) 30년 군부독재의 멍에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무렵,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잘 됐다. 내가 못다 한 동서화합, 남북통일이 이뤄지게 됐다"며 환영하는 발언을 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정치권의 각성을 요구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이 전 총리는 "국내외적으로 난제가 산적해 있는데 국민은 갈라져 있고 정치는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모두 크게 각성하고 김 전 대통령의 애국적 리더십을 본받아 화합과 통합을 위한 양보와 관용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은 자기주장과 아집에서 한발씩 물러서서 겸허하게 성찰하고 무게 있게 행동하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동교동계 이석현 전 의원은 "사실 3당 합당할 때 속으로 걱정했다. 그런데 온갖 방해에도 대통령이 된 뒤에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 등 어려운 일들을 결단성 있게 하는 것을 보고 안도감과 함께 쾌재를 불렀던 생각이 난다"고 회상했다. 특히 "문민정부를 돌아볼 때 기억에 남는 것은 민심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본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동원 해법 등 윤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에 대한 제언도 했다. 이 전 의원은 "한일관계는 국익을 위해서도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끊임없이 이해와 협조를 구하며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은 정권이 달라질 때마다 약속이 다르다고 비난하지 않느냐"며 "그런 점에서 보더라도 야당, 국민과 함께하며 설득하면서 한일관계를 풀어나가면 좋은데 그 점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민추협 공동이사장은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정책 등 문민정부의 개혁 성과를 언급하며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고 쟁취했노라 말하기 부끄러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상도동계 좌장 김덕룡 민추협 공동이사장은 "문민정부 30년을 되돌아보는 것이 대한민국 민주화 30년을 되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5, 6회에 걸쳐 학계 및 다른 관련 기관과 협력해 문민정부를 돌아보는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