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에도 듣지 않아 암이 재발‧전이했을 때 치료 효과를 보이는 신약 후보 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정재호‧박기청 연세대 의대 외과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기존 항암제로 치료할 수 없었던 암 줄기세포의 생존 원리를 알아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선도 물질을 찾아냈다고 13일 밝혔다.
암 줄기세포란 전체 암 가운데 1~2%가 가진 것으로, 암을 재발‧전이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우리 몸 각 조직은 줄기세포를 갖고 있어 성장ㆍ재생을 반복하는데, 암 줄기세포 역시 스스로 재생하고 다른 세포로 분화하면서 항암제 공격을 무력화한다.
일반 암세포는 항암제를 투여하면 종양의 미세 환경이 나빠져 사멸한다. 그러나 특정 환자들은 항암제를 투여하면 오히려 암 줄기세포가 활성화되며 강한 저항성을 보인다. 이런 경우 기존 항암요법으로는 치료하기 어려워 ‘난치성 암’으로 부른다.
연구팀은 먼저 항암제 저항성 암세포의 생존 원리를 파악했다. 항암제 복용 중 재발‧전이된 환자에서 채취한 암세포를 분석해 암 줄기세포를 지닌 항암제 저항성 암세포를 발견했다.
이어 암 줄기세포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한 단백질 PMCA가 칼슘 이온 농도를 낮춰 생존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항암제 저항성을 높이는 단백질 PMCA를 억제하기 위한 선도 물질을 개발했다.
또 기존의 표준 항암제와 선도 물질을 병용 투여하는 동물 실험으로 그 효과를 확인했다.
우선 표준 항암제인 옥살리플라틴과 소라페닙에 각각 저항성을 보여 재발‧전이된 환자 암세포를 동물에 이식했다. 이후 각 항암제를 종양에 단독 투여해 종양 크기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옥살리플라틴만 투여했을 때 평균 200㎣였던 종양은 20일 뒤 354.44㎣, 30일 뒤 1,593.2㎣, 40일 뒤 2,756.36㎣로 계속 커졌다. 소라페닙 단독 투여의 경우에도 20일 뒤 365.26㎣, 30일 뒤 1,116.26㎣, 40일 뒤 2,998.77㎣로 마찬가지 양상을 보였다.
반면 이들 항암제와 선도 물질을 함께 투여한 후 종양 크기를 측정하자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옥살리플라틴과 선도 물질 병용 투여 결과 처음 200㎣였던 종양이 20일 후 254.32㎣, 30일 후 288.41㎣, 40일 후 283.44㎣로 변화했다.
소라페닙과 선도 물질 병용 투여 시에도 20일 후 274.33㎣, 30일 후 303.14㎣, 40일 후 298.97㎣를 보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항암제 저항성 암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암 특징을 보이는 다른 난치성 암에도 적용할 수 있다.
종양 미세 환경이 나빠졌을 때 세포질 내 칼슘 이온 농도를 조절해 사멸을 피한다는 공통점을 갖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암 치료 전반은 물론 그간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지 못했던 항암제 저항성 암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치료제 개발에 큰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MC 메디슨’ 최신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