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 1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우리 대통령이 한일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찾는 건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정부가 6일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발표한 것에 일본이 얼마나 '성의 있는 조치'를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아울러 그간 전방위로 얼어붙은 양국관계에 훈풍을 불어넣을 각 분야의 폭넓은 합의가 나올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9일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일본 정부 초청에 따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12년간 중단된 한일 양자 정상 교류가 재개돼 한일관계 개선과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안보·경제·사회·문화 다방면에 걸친 협력이 확대되고, 양국 국민 간 교류가 한층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정부는 '제3자 변제'로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떠안았다. 대승적 결단을 통해 공을 일본에 넘겼다. 하지만 후속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이에 양국 청년세대를 위한 기금 조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한일 재계단체는 17일 도쿄에서 회동을 갖는다. 기금이 표방할 미래지향성과 배상책임을 져야 할 일본 전범기업의 참여 수위가 정부의 결단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새 공동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본 측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국내 여론이 출렁일 수도 있다.
강제동원 문제를 제외하면, 셔틀외교 재개가 윤 대통령 방일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최우선 성과로 꼽힌다. 외교부는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상 셔틀외교 복원’을 강조하며 한일관계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외교가 정상차원에서 성사되면 마치 낙수효과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교류가 활성화되고 협력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가령, 한국 국방장관은 2009년 이후 14년간 일본을 방문한 전례가 없다.
셔틀외교를 시작한 노무현 정부 시절 11회에 달했던 한일 정상회담은 이명박 정부 기간 20회로 최고치를 찍었지만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관계가 급랭해 중단됐다. 이후 한일 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 3회, 문재인 정부 6회에 그쳤다.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한중일 정상회의차 일본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제3국에서 진행된 회담이다.
셔틀외교와 함께 당장 거론되는 현안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초계기-레이더 갈등이 꼽힌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걸림돌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꽉 막힌 한일관계의 해법으로 '그랜드바겐(일괄타결)'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양국이 풀어야 할 각종 난제들을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고 단번에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