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국가기본계획) 공청회가 법정 수립기한을 불과 3일 앞둔 오는 22일에야 열린다. 이달 25일까지 수립은 이미 물 건너갔다. 시민사회에서는 "부실한 내용에 졸속 의견 수렴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9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22일 국가기본계획 관련 공청회를 열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국무회의 보고 등을 거쳐 늦어도 다음 달 초에 최종 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탄녹위는 전날 홈페이지에 공청회 공고를 올렸다.
국가기본계획은 우리나라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실무안'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탄소중립 로드맵은 크게 2단계로 나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큰 틀의 전략을 짜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국가 전략)'과 2030년까지 내다보는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중장기 목표)'다. 이 둘은 큰 틀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국가기본계획은 국가 전략과 중장기 목표에 기반한 향후 20년간의 세부 이행 방안이다. 연도·부문별로 탄소를 어느 정도 줄일지,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 그 기술은 어떻게 촉진할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이 담긴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은 어디이고, 어떻게 적응하며, 산업 전환에 따라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는 어떻게 보호할지도 구체화한다. 국가 기후대응의 'A to Z'를 망라한, 기후대응 총책임 계획인 셈이다. 5년마다 수립하며 올해가 처음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에너지, 산업, 건물, 수송, 농업, 폐기물 등 분야에서 기업, 노동자, 농민 할 것 없이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토록 중요한 계획이기에 법령은 국가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전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도록 규정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에는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관계 전문가나 국민,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됐다.
탄소중립기본법은 법 시행 1년 내에 1차 국가기본계획을 세우도록 했는데, 이달 25일이 시행 1년이다. 지난해 10월에서야 구성이 완료된 탄녹위는 법정기한이 3주 남은 이날까지도 초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산업·건물·수송 등 부문별로 탄소를 몇 퍼센트(%)씩 줄일지 정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문별 감축 목표가 정해져야 세부 이행 방안을 결정할 텐데, 최종안이 매우 부실하게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탄녹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 감축분이 결정되지 않았는지 밝히지 않으며 "대부분 결정했고 조율 중인 건 극히 일부"라고 설명 중이다.
초안 발표가 늦어지자 시민사회에서는 초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리란 우려가 들끓고 있다. 이유진 부소장은 "법정기한이 25일인데 공청회를 22일 연다면 사실상 요식행위로 하겠다는 이야기"라며 "이미 1월쯤에는 초안이 나와서 업종과 분야 별로 의견 수렴을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도 "참여가 전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법정기한을 떠나서 내용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탄녹위는 "일정 지연에 따른 우려를 이해한다"며 "발표가 늦어지더라도 재원 마련 등 세부 내용이 충실히 담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