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첫날인 9일 내년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 성공을 다짐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1년 전 오늘 위대한 우리 국민은 윤 대통령을 선택했다”며 당내 화합과 단합을 역설했다. 김 대표의 막중한 임무는 국민의힘을 여당다운 여당으로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러려면 야당과의 관계 정상화가 시급하다.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의 복원’이다. 김 대표는 전날 “최대한 빨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겠다”고 했고, 이 대표도 “협력할 건 확실히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비대위로 연명한 여야가 정식 당대표 카운터파트로 만나면 ‘이준석-송영길’ 이후 1년여 만이다.
악재가 많은 여건상 여야 관계는 앞으로도 낙관하기 어렵다. 친윤 일색 지도부가 꾸려진 3·8 전당대회는 지난해 친명 싹쓸이로 끝난 8·28 민주당 전당대회를 연상시킨다. 당장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안을 재발의했다. 정의당도 “김여사 의혹을 더 이상 검찰에 맡겨둘 수 없다”며 특검법 발의를 예고했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함께 야권공조가 본격화한 것이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정치권의 극한대치가 강화될 구도인 셈이다.
그렇다고 향후 1년도 여야가 민생 현안을 제쳐두고 정쟁만 되풀이할 일은 아니다. 여당 리더십이 바뀐 지금이 소통과 협력의 가능성을 살릴 적기다.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는 윤 대통령을 김 대표가 설득할 필요도 있다. 윤 정부는 2년 차를 맞은 올해 노동·연금·교육 개혁의 틀을 구체화하고, 이 과정에서 여당은 다수당인 민주당을 설복해야 할 처지다. 당정관계는 ‘밀당하는 부부’라고 표현한 대로 김 대표가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야당과 협치를 복원하는 정치의 주역이 돼야 한다. 경제·안보가 엄중한 지금 정쟁과 민생 현안을 분리해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나 접점을 찾는 건 국민에 대한 정치권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