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액주주 대표 "500만 주 모아 정치권 외압 막을 것"...새 대표 선임 논란에 개미들 나선다

입력
2023.03.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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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소액주주 대표 "500만 주 모아 주총서 행사"
13일 만에 200만 주 결집…참여 연령층도 다양
윤경림 사장과의 면담 요구도 검토


"KT 경영을 정치권 입맛대로 흔들지 못하게 할 겁니다. 벌써 주주 800명 모였고 주식 수는 200만 주를 넘었습니다."
KT 소액주주 모임 대표 A씨


새 KT 대표이사(CEO) 선출에 대한 정치권 개입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회사 소액주주들이 영향력 행사를 위한 세력 결집에 나섰다. 이들은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의 CEO 선출안에 찬성표를 던질 예정이다. 민간통신사 개미들이 대체 왜 집단행동까지 불사하는 걸까.



"정치개입 분노…500만 주 파급력 클 것"



소액주주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끄는 40대 A씨는 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을 평범한 자영업자로 소개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CEO 선출 과정을 보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정치권이 회사 경영에 노골적으로 개입했고, 그로 인해 회사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 앞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실은 CEO 선출을 두고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는데 민간 기업 경영에 정치권이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A씨는 "정치권이 KT만 콕 집어 개입하면서 특정 인물을 뽑으려는 것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며 "주주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커뮤니티를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1차 목표는 주총까지 주주 1,000명과 주식 500만 주를 모으는 것이다.

500만 주는 KT 전체 주식 수의 약 2% 수준이다. 지난달 27일 기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지분이 8.53% 수준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A씨는 "계획대로 주식이 모아진다면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져도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며 "설사 주총 결과를 바꾸지 못할지라도 정치권이 회사에 개입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커뮤니티에 참여한 개미들의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25일 커뮤니티를 열었는데 가입자는 850명을 넘어섰고, 주총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주식 수는 223만 주를 넘었다고 한다.

A씨는 "기대보다 훨씬 빨리 주주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면서 "다음 주엔 주총에서 표결에 나설 수 있는 주식 수를 인증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커뮤니티에는 미성년자부터 80대까지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위임받아 주총에 참여하거나 전자투표 방법을 안내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정치권 경영 개입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소송을 걸거나 집회, 시위에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차분히 힘을 모을 계획"이라며 "CEO 후보자인 윤경림 사장에게 소액주주와의 면담을 요청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KT, 투명성 강화 노력에도 '임승태 논란' 불씨



KT 측도 우호 여론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우선 윤 사장 제안으로 '지배구조개선TF'를 구성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문제 삼고 있는 CEO 선임 절차와 이사회 구성의 투명성 확대 방법을 논의한다.

이사회도 새롭게 꾸린다. 사내이사 후보는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KT SAT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 후보는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새롭게 등장했고, 기존 멤버인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이사도 승인 표결을 받게 됐다.

다만 이사회 후보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임 후보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경제정책 자문을 할 만큼 정권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또 정치권 인사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투명성 강화 노력에도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셈이다.

경제개혁연대 노종화 변호사는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고려된 인사인지 모르겠다"면서 "임 고문은 KDB생명 대표이사로도 선임된 상태인데 사외이사 업무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 이사에 대해서도 "2014년 KT렌탈 사장을 지낸 분"이라며 "사실상 회사 내부 인사로 사외이사 취지와 거리가 멀어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