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했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느닷없이 쏟아진 때아닌 호우. 지난겨울 우리나라엔 유독 기온 변동이 컸고 기상이변이 잦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상기후와 기상재난이 이어졌다.
기상청이 9일 발표한 '2022년 겨울철(2022년 12월~2023년 2월)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초겨울인 지난해 12월 기온은 전월(11월)보다 11도나 떨어졌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역대 기온 하강폭이 가장 컸다.
1월 중순에는 기온이 다시 큰 폭으로 올랐다. 1월 13일의 평균 기온은 9.6도였고, 특히 제주도의 기온은 16.7도로 평년보다 10.5도나 높았다. 그러다 1월 하순이 되자 기온은 다시 뚝 떨어졌고, 1월 25일 평균 기온은 영하 10.2도가 됐다. 1월 한 달에만 기온 하강폭이 19.8도로 역대 가장 컸다.
추운 날씨와 롤러코스터 같은 기온 변동은 지구온난화의 영향 탓이다. 지난 1월 말의 추위는 한반도에 북극의 찬 공기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극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빙산의 면적이 줄어들수록 북극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 같은 중위도 지역에 유입되기 쉽다. 특히 우리나라 기온에 영향을 많이 주는 북극 바렌츠해의 빙산 면적은 지난 1월(287.5×103㎢)과 2월(376.7×103㎢)에 역대 가장 작았다.
지난겨울에는 때아닌 호우도 쏟아졌다. 1월 13일 하루에만 겨울철 강수량의 40.4%에 달하는 비(28.9㎜)가 내렸다. 제주도와 남부지방에는 지형적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호우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겨울 전체를 따져 보면 전국 평균 누적강수량은 71.6㎜로 평년 대비 78.6%에 그쳤다.
지난겨울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됐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최대 풍속 105㎞/h의 눈폭풍으로 지난해 12월 21~25일 64명이 사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3주간 이어진 폭우로 20명이 사망하고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워싱턴DC에서는 지난달 23일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올라 여름 같은 날씨가 나타났다.
영국 스코틀랜드 북부에서는 지난해 12월 12일 최고기온이 영하 9.3도인 역대급 한파가 닥친 반면, 스페인과 스위스 일대에서는 1월 기온이 20도를 넘어가는 이상고온이 발생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 1월 중순 영하 30도의 한파로 70명 이상이 사망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겨울 미국은 폭설과 한파, 유럽은 이상고온으로 몸살을 앓았고 우리나라도 변동성이 매우 컸다"며 "이상기후 변동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원인 분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