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7만의 독일 바이에른주 작은 도시 밤베르크를 근거지로 둔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2016년 노거장(老巨匠)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와의 첫 내한 이후 7년 만에 내한 연주회를 연다. 정명훈 지휘로 화제 속에 공연을 마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 이어 또 다른 독일 악단이 바통을 이어받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지휘자는 정명훈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였던 2006∼2007년에 같은 악단 부지휘자로 활동한 체코 출신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42)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2차 세계대전 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독일로 이주한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1946년 결성됐다. 2016년부터 5대 상임 지휘자로 악단을 이끌어 온 흐루샤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악단의 정체성에 대해 "'체코와 독일의 공존이라는 역사의식'과 '진정한 독일로부터의 뿌리'의 결합"이라며 "이는 우리 레퍼토리에도 그대로 반영된다"고 말했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과 브루크너의 교향적 전주곡,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하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음반 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는 흐루샤는 "브루크너의 교향적 전주곡은 밤베르크 심포니와 내가 음반에 수록하며 발견한 아름다운 작품”이라며 “교향곡에 비해 작은 작품이지만 적어도 체코와 독일을 잇는 레퍼토리의 첫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드보르자크의 음악은 밤베르크 심포니의 핵심 레퍼토리 중 하나”라며 “보헤미안 사운드를 가진 독일 오케스트라와 체코 출신 지휘자인 나에게 이상적 음악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흐루샤는 밤베르크 심포니와 더불어 체코 필하모닉과 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도 활동 중이다. 2025년 가을엔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며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 세계 정상급 악단과도 호흡을 맞춰 온 주목받는 지휘자다. 이와 관련해 그는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인간적 모습"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정명훈을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은 흐루샤는 2010년, 2013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한 적이 있어 한국 음악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밤베르크 심포니 내에는 물론 전 세계에 정말 많은 한국인 음악가가 있는데 제가 만나 본 대부분의 한국 음악가들은 최고의 연주가들이에요. 한국인의 에너지와 기질, 그리고 섬세함과 정밀함이 성실한 연습과 준비와 만나 음악을 만들어가는 점을 가장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