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차익을 노리고 자기 자본금 없이 전세보증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한 후 수십 억 원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깡통 전세' 사기범들이 구속됐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 수사2대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임대사업자 A(44)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임차인 소개와 계약 알선 등 조력자 역할을 한 부동산 중개업자 B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동갑내기인 A씨 등은 아파트 173채를 매매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어 전세 보증금 103억 원 상당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세가 상승세를 이어가던 2018년 아파트 임대사업에 나섰다. 이들은 자본금 없이 지인 또는 부동산업자 등으로부터 빌린 3,000여만 원으로 주택 근저당권 수천만 원이 설정된 오래된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임대사업자 행세를 하며 산업단지와 기업체가 많은 전남 동부권에 임대 수요가 많다는 정보를 토대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광양의 20년 이상 된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로 전환하자, 아파트값이 임대차 보증금보다 낮게 떨어지는 '깡통 전세'가 속출했고 A씨 등은 계약 만료에도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
피해자 가운데 전세 보증금 반환 상품에 가입한 121명은 A씨 등을 대신해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총 68억 원을 변제받았다. 전세금 밑으로 떨어진 아파트를 매입한 피해자는 26명이며, 피해자 대부분은 주택 임대차 계약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였다.
전남경찰청은 지난해 전세 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맞아 광양의 노후 아파트단지에서 수십 채가 한꺼번에 경매 매물로 나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주택 소유자와 임차인 관련 자료, 피해 사례를 수집해 A씨 등을 사기 피의자로 입건했다.
A씨 등은 경찰조사에서 "시세 차익으로 돈을 벌 목적이었지 처음부터 전세 보증금을 떼먹을 생각은 없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현금 사정이 나빠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자본 캡투기 전세 사기와 연루된 부동산 중개인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서민에게 고통을 주는 전세 사기 범죄에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