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금처럼 먹다 보면, 지구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소고기나 우유가 빠짐없이 오르는 '식탁 위 풍경'을 바꾸지 않는 한, 80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가 섭씨 1도 더 오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소나 양 같은 동물이 온실가스(메탄)를 내뿜기 때문인데, 이런 음식을 즐기는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세계가 약속한 기후 목표 달성도 물 건너간다는 엄중한 경고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80배나 강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미국 컬럼비아대 캐서린 이바노비치 교수 연구팀은 식품 94종을 토대로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의 연간 배출량을 추정한 결과를 담은 논문을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식품 생산 및 소비 방식이 엄청난 양의 메탄을 배출, 최악의 경우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를 1도 상승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망이 현실화하면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한 '파리기후변화 협정'(2015년 체결)도 휴지 조각이 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 음식물 중 △고기류(소, 양, 염소) △유제품 △쌀을 '3대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꼽았다. 이 식품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이 식량 시스템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최소 19%씩은 기여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특히 한번 삼킨 먹이를 게워내 다시 씹는 반추동물인 소와 양 등은 소화 과정에서 메탄을 대거 내뿜는 게 문제다. 소 네 마리가 방출하는 메탄의 온난화 효과는 자동차 한 대의 배기가스와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농사에 쓰이는 비료 역시 메탄의 주요 배출원이다.
연구팀은 먹거리 생산방식과 소비 행태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환경 농작 시스템 도입은 물론, 고기 섭취도 크게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메탄은 배출 후 대기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배출량만 줄인다면 효과도 빨리 볼 수 있다. 이바노비치 교수는 "(대기 중 잔존) 수명이 짧은 메탄 배출을 줄이는 게 지구온난화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탄 감축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메탄을 뿜어내는 배출원이 세계 곳곳에 포진된 탓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메탄이 대규모로 배출된 이른바 '슈퍼 배출' 사례는 지난해에만 1,000건을 웃돌았다. 나라별로는 투르크메니스탄(184건)이 가장 많았고, 미국과 인도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국가의 경우, 주로 석유 및 가스시설이 메탄 배출의 주범이었다. 지난해 8월 투르크메니스탄 송유관에서만 시간당 427톤의 메탄이 쏟아져 나오는 일도 있었다. 자동차 6,700만 대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과 맞먹는다는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로열 핼러웨이 영국 런던대 교수는 "메탄 배출 증가가 끔찍한 수준"이라며 "파리 기후변화협정 목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