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부시(1925~2018)는 미국 대통령을 지낸 남편 조지 H.W. 부시와 아들 조지 W. 부시의 가장 값진 정치적 자산이란 평을 들은 퍼스트레이디였다. 그는 여러 결정적인 조언뿐 아니라 자신에게 부여된 비공식적 권력을 문맹 퇴치나 공공의료복지 등에 지혜롭게 활용했다.
남편과 아들을 대통령으로 둔 원조는 애비게일 애덤스(Abigail Adams, 1744~1818)다. 여성의 지위가 바버라 시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미약했던 시대를 살면서도 그는 남편 존 애덤스(2대)와 아들 존 퀸시 애덤스(6대)의 든든한 정치적 조언자이자 동지였다. 노예를 둔 성직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성년이 된 후 노예제에 반대하며 자신의 노예들을 ‘면천’시켜 유급 하인으로 고용했고, 남편이 대통령이 된 뒤로는 적극적인 조언으로 특히 남편의 정적들에게 존재감을 과시, ‘미시즈 프레지던트’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호칭이 생겨나게 했다.
애비게일과 존은 평생 1,160여 통의 편지로 사적인 일상뿐 아니라 정치와 군사전략 등 독립전쟁과 건국 초기 현안들을 논의하곤 했다. 미국 건국사의 값진 자료가 된 부부의 편지 중에는 1777년 3월 7일 하루 동안 나눈 5통도 포함돼 있다. 필라델피아 대륙회의 의원이던 존이 매사추세츠 브레인트리 농장의 아내에게 뉴잉글랜드의 삭막함과 주민들의 미온적인 애국심 등을 불평하며 번영을 위한 정치적 조언을 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 해 전 애비게일은 남편에게 독립선언 조기 선포를 촉구하며 건국 헌법에는 “조상들보다 더 관대하게 여성을 대접하는 내용이 담기길 바란다”고 썼다. “남편들에게 무제한 권력을 주지 마세요.(…) 여성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여성들은 저항할 것이고, 여성 대표가 불참한 조직이 만든 법에 결코 순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200년 뒤에야 애비게일의 이 조언을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