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의원연맹 신임 회장에 스가 전 일본 총리… “한일 우호 위해 노력”

입력
2023.03.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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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교류 활성화 위해 총리 경험자 발탁"

2021년 10월 자리에서 물러난 스가 요시히데(75) 전 일본 총리가 일한의원연맹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다. 일한의원연맹은 일본 초당파 의원 모임으로, 한일의원연맹의 일본 측 파트너이기도 하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한의원연맹은 3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이같이 뜻을 모았으며, 조만간 총회를 열어 스가 전 총리를 새 회장으로 정식 선출할 계획이다. 이날 간부회의에 참석한 스가 전 총리는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한국은 경제와 안전보장상 아주 중요한 이웃 국가”라며 “한일 양국의 우호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약 10년간 재임했던 누카가 후쿠시로 현 회장은 “스가 전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의 기수 역할을 맡기고 싶다”며 퇴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스가 전 총리를 차기 회장으로 세운 이유에 대해선 “관방장관 시절, 한일 양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역사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정면 대응한 귀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었던 한일 관계에 개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총리 경험자를 회장으로 선출해 의원 간 교류에 박차를 가한다는 취지”라는 자민당 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 교도통신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배상 문제 해결 후 양국 의원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한국 측에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전하려면 신임 회장은 중량감 있는 전직 총리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스가 전 총리는 아베 신조 2차 내각의 ‘넘버2’이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을 장기간 맡으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2019년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등 한일 관계 주요 사안에 직접 관여했다. 아베 전 총리가 건강 악화로 사임한 2020년 9월 총리직에 올랐으나,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고 국민과의 소통에서도 문제점을 보이며 지지율이 급락하자 1년 만에 자진 사임했다. 자민당 내 어느 파벌에도 속해 있지 않으며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크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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