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권의 향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결선투표제가 처음으로 도입된 데다 83만여 명에 달하는 당원의 직접 투표로만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례 없는 전대인 만큼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김기현 후보가 당권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결선투표 여부와 이에 따른 후보 간 연대 가능성이 최대 변수인데 이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친윤석열계'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는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성공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여당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친윤계의 논리를 뒤집을 만한 선거 쟁점이 아직까지는 부상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전대는 당 안정화와 총선 승리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이준석 지도부' 붕괴에 따른 당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는 당 주류의 인식에 당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얻을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윤심을 등에 업고 나경원 전 의원, 조경태 의원 등과 잇따른 연대로 몸집을 키웠지만, 확실히 승기를 거둘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황교안 후보가 제기한 '울산 땅' 의혹도 걸림돌이다.
결선투표로 갈 경우 그 자체로 김 후보에겐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김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승부를 내지 못하면, '비윤석열계' 세력의 힘을 키워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 최대 관전포인트는 '2위 경합'이다.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실의 '입 단속' 이후 주춤한 사이 천하람 후보가 개혁성을 선명히 드러내며 치고 올라오면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3위 천 후보가 2위 안 후보를 앞선 이른바 '실버 크로스'가 발생하기도 했다.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은 "천 후보가 세는 작지만,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주면서 인상을 강렬하게 남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지율을 끌어올릴 동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천하람 돌풍'이 2등을 추월할 정도로 힘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라며 "대다수 당원들은 천 후보를 통해 이준석 전 대표를 느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드K 소장은 "오히려 안 후보가 일부 친윤과 비윤 모두에게서 표를 얻을 수 있어 확장성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전대의 남은 변수로는 후보 간 연대가 꼽히지만 파급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강윤 소장은 "중간 보스 역할을 하는 인사를 중심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밀어주기'가 이뤄졌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지지후보가 다른 특정 후보에게 투표해 달라고 해도 손실분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와 천 후보는 연대를 해도 '시너지'가 생기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종찬 소장은 "두 후보는 이준석 전 대표와의 관계, 총선 공천에 대한 입장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배철호 위원은 "안 후보가 결선에 진출한다면 천 후보 지지층 일부를 흡수할 수 있지만, 천 후보가 진출한다면 오히려 안 후보 지지층은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